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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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대서 명예박사 받은 하토야마 日 전 총리 “일본이 명확히 사과해야”

“기시다 일본 총리가 최소한 명확한 형태로 피해자에 대해 사과를 표명하는 게 마땅하다.”

 

하토야마 유키오(76) 전 일본 총리는 13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주대학교에서 명예 행정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특강을 통해 “역사 문제에서 제대로 된 화해를 실현하지 못한 채 한·일이 연계 협력하는 일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 안정화라는 큰 전략 목표를 위해 결단을 내렸지만, 기시다 총리 쪽은 자민당 내 보수파를 두려워해 윤 대통령에게 의지하고 있다”며 “특히 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의 입장차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일 관계가 표면적으로나마 안정을 되찾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양국 정부가 역사 문제의 본질에 대해 새로운 타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며 “식민지 지배를 한 것은 일본이기 때문에 당연히 성의를 보이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일본 정부가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5년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해 추모비 앞에 무릎을 꿇고 일본이 자행한 고문 등 가혹 행위에 대해 사죄한 적이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또 “과거사 문제와 양국 외교관계를 분리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결단에 대해 일본 내부에서는 역사문제의 경우 강경 노선을 고수하면 한국이 꺾일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향후 양국 간 역사 문제가 재연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한인 징용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변경해야 한다”며 “기시다 총리가 일본 지도자로서 최소한의 긍지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2009년 제93대 일본 총리를 역임했으며, 정계 은퇴 이후에 동아시아공동체연구소 이사장, 유아이재단 이사장, 국제아시아학회 명예고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주대는 그가 한·일 과거사를 올바로 인식하고 한국을 여러 차례 찾아 과거 일본의 침략에 사죄하는 등 아시아 평화와 발전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해 명예 행정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박진배 총장은 “하토야마 전 총리가 가진 경험과 통찰력이 우리 모두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다”며 “향후에도 한일관계 우호 증진과 동아시아 및 국제적인 평화 협력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