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이 13일 윤석열정부의 노동정책을 규탄하는 10만명 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를 11월에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1월 민중총궐기를 예고한 데 이어 한국노총까지 대정부 투쟁에 가세하면서 양대노총의 ‘추투’(秋鬪)가 총선을 앞둔 정국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추투에 앞서 전국철도노조가 14일부터 나흘간의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정부는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가동해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파업 철회를 요청하는 한편 불법파업에는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11월11일 전국노동자대회를 10만명 규모로 개최할 것”이라며 “한국노총은 윤석열정부의 노동탄압에 맞서 150만 조직이 하나 되어 싸울 것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앞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11월11일 민중총궐기 추진 계획을 밝혔는데, 이 시기 240만명 규모의 양대노총이 대정부 투쟁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11월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과의 연대 가능성에 말을 아꼈다. 김 위원장은 “노동관계조정법 2·3조(노란봉투법) 개정에서 민주노총과 공조하고 있지만, 그 외에는 협조한다는 계획이 따로 없다”고 일축했다. 사실상 양대노총의 연대는 9월 정기국회에서 노란봉투법 처리 여부와 하반기 예고된 정부의 노동개혁 일정에 따라 정해질 전망이다.
정부의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노조의 회계 내역을 조합원이 아닌 정부에 보고하라는 것은 노조 자주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최근 정부는 회계를 공시하는 노조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이에 작심 비판한 것이다.
한국노총이 지난 6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을 선언한 것과 관련해선 “(정부의) 존중 없이 사회적 대화 재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한국노총은 대화와 협상을 중시하는 기조를 견지해 왔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양대노총이 정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철도노조는 14일 오전 9시부터 나흘간의 총파업에 돌입한다. 철도노조는 정부에 공공철도 확대와 4조 2교대 전면 시행, 성실 교섭 촉구·합의 이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2019년 11월 이후 약 4년 만의 파업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파업에 대한 정부 대응이 향후 노동계의 추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이용 수요가 많은 출퇴근 시간 광역전철과 KTX에 동원 가능한 대체인력을 집중 투입해 파업에 따른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한 광역전철 운행률은 평시 대비 75% 수준, KTX 운행률은 평시 대비 68%(SRT 포함 76%)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와 버스업계 등 유관 기관의 협조를 통해 대체 교통수단도 최대한 확보하기로 했다. 고속·시외·시내버스를 통해 열차 공급 부족 좌석 수를 대체하고 예비 버스와 공동운수협정 전세버스도 추가 투입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서울고용노동청에서 개최한 ‘추석 민생 현안 점검 회의’에서 “정당성과 명분이 결여된 파업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하면서도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범정부적 역량을 총동원해 노사를 불문하고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