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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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아동 보호” 주장한 이균용, 판결 땐 ‘집유’ 선고

2001년 논문에서 “규제” 강조 불구
20년 뒤 10세 아동 성추행 사건선
“합의됐다” 이유로 원심 실형 파기
법조계 “아동 위한 합의인지 의문”

성폭력 사건 재판에서 잇단 감형을 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과거 판례 연구에선 “성범죄로부터 아동을 보호하자는 사회적 요청을 반영해야 한다”고 적극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세계일보가 확보한 이 후보자의 2001년 ‘아동복지법상의 아동에게 음행을 시키는 행위의 의의’ 논문에서 아동과 직접 성관계를 맺은 것이 ‘아동에게 음행(음란한 행위)을 시키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를 이 후보자는 비판했다. 해당 판결은 1992년부터 5년간 10대 딸과 수차례 성관계를 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이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이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연합뉴스

앞서 1심은 “아동복지법은 아동으로 하여금 자신 이외의 타인과 음행을 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고 자신이 직접 아동과 간음하는 행위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검찰이 상소해 대법원의 심리까지 받았지만 기각됐다.

이 후보자는 이를 두고 “(아동이 성적대상이 되는) 사회병리적 현상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 요청”이라고 비판했다. ‘음행’의 범위에 대해선 “아동복지법은 아동복지 저해를 방지하려 하는 것이므로 실제적 피해를 예상할 수 있는 행위로 보이는 이상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2020년부터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 재판장을 맡으며 여러 아동 성범죄 피고인을 감형했다. 같은 해 9월 이 후보자는 만 10세 아동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초등학교 시설 관리원 A씨에 1심 징역 3년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8년 봄 피해 아동이 보호시설에 거주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접근해 이듬해 5월까지 3차례 피해 아동을 성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반성하고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와 합의가 됐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장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권성동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과거 이 후보자가 논문에서 주장한 것과 다소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범죄 전문 이은의 변호사는 “합의 과정에서 사정이 있을 수 있어 단정할 수 없으나 보호시설 아동이 피해자라면 합의를 한 주체가 정말 아동을 위하는지를 면밀히 봤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집행유예 선고는 의문이 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2021년 1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에게 원심의 징역 5년을 파기하고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피해자 중 일부가 아동·청소년이 아닐 수 있는 점이나 피고인이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영상을 유포하지는 않은 점 등을 양형에 유리한 사정으로 봤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