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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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살림은 적자인데, 돈 넘쳐 쌓아두는 서울시교육청 [심층기획-‘부익부’ 교육청 ‘빈익빈’ 시청]

서울시·교육청 ‘재정불균형’ 심각 지적

시교육청 2023년 예산 13조 역대최다
최근 6년간 매년 수천억∼수조원 남아
서울시 채무 약 13조… 예산대비 20%
학령인구 급감 반면, 복지지출은 급증

교육청 예산 국세·지방세 수입에 비례
서울만 교육청에 시·도세 10% 지원해
광역시·경기도는 5%, 기타 도는 3.6%
재정 방만운영·사업중복 등 문제 지적

교육교부금법 개정 놓고선 찬반 갈려
“지자체-교육청 사이 ‘칸막이’ 제거를”

‘12조8915억원’.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23년도 예산안 규모다. 2022년도 예산안 대비 21.7%(2조3000억원) 증가한 액수이자 1956년 시교육청 설립 이래 최대 규모다. 지난해 시교육청의 통합재정수지(순수입에서 순지출을 차감한 것으로, 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을 포괄) 역시 3조7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같은 해 서울시(본청 기준)의 채무는 11조8980억원에 달했다.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20%를 웃돌았다. 지난해 시가 발행한 지방채(지방자치단체가 예산상 필요에 따라 발행하는 공채)도 2조4816억원이나 됐다. 다른 광역자치단체들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특히 서울시청과 시교육청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본청 청사. 이제원 선임기자

13일 서울시와 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 예산은 크게 중앙정부가 주는 법정 교부금(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각 시·도가 시·도세 전입금의 일정 비율을 주는 법정 전출금으로 구성된다. 자체 재원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학령인구 등 교육수요는 급속히 줄고 있는 반면 지방정부의 복지 지출은 급증하고 있으나, 교육청 예산이 국세·지방세 수입에 비례하는 구조라 어찌 보면 이 같은 재정불균형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서울만 교육청에 시·도세 10% 떼줘

 

지방교육재정알리미를 통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시교육청의 통합재정수지(결산 기준)를 살펴보면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1427억원)을 제외하곤 모두 수천억원이 남았다. 그나마도 거둬들였던 세금에서 지출 금액을 뺀 나머지를 뜻하는 순세계잉여금 포함시 2020년에도 2385억원 흑자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서울시 채무는 2017년 3조7451억원에서 2019년 5조5713억원, 2021년 10조7749억으로 꾸준히 늘었다.

 

내국세의 20.79%로 정해져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경우 지난달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를 통해 공론화된 바 있다. 감사원은 현행 교부금 제도가 학령인구 감소세를 반영하지 못 하고 있고, 전국 교육청의 방만한 재정운영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상황이 타 시·도에 비해 유독 심각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시·도세 전출금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만 그 비율이 10%고, 광역시와 경기도는 5%, 기타 도와 특별자치도는 3.6%다.

초·중·고등학생과 학교 수가 서울보다 많은 경기도보다 서울시교육청이 지자체 예산을 더 많이 지원받는 셈이다. 이런 상황은 서울시의회에서도 단골 지적사항이 됐다. 시의회 여당이자 다수당인 국민의힘 소속 김현기 의장은 지난 6월 시의회 정례회 개회사에서 “서울시청은 쪼들리고, 서울교육청은 (돈이) 남아도는 현재 상황은 정상적인 재원배분이 아니다”라면서 “교육청 여유금이 지방재정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서울이 경기보다 전출금 비율이 높은 건) 지역간 재정균형을 위해 차등을 둔 것”이라며 서울의 자체 세수가 많고, 재정자립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법정 전입금 비율을 동일하게 맞추면 정부가 주는 교부금이 서울교육청으로 더 많이 올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도 덧붙였다.

 

◆돈 있어도 안 써… 중복사업도 문제

 

서울시와 시의회 등에선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시교육청이 재정운영을 방만하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2 지방재정분석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2021년 타 시·도교육청(평균 95.63%) 대비 예산집행률(94.10%)이 낮았고, 이월액(2.43%·전체 시 지역 평균 2.56%)과 불용액(3.46%·전체 시 지역 평균 2.12%) 비율은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 교육기관 보조사업과 시교육청 자체 사업의 ‘유사·중복성’도 문제로 꼽힌다. 시는 42개 보조사업 중 19개(예산 758억여원)가 이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서울시청 본청 청사 전경. 이제원 선임기자

시교육청이 ‘선심성 정책’이란 꼬리표가 붙는 일회성 현금·현물 지원 예산을 편성한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대표적인 예가 시교육청이 올해 예산안에 담았던 ‘전자칠판’ 설치 예산(약 1591억원)과 공립학교 운영비 1억원 추가 지원 예산 등이다. 시의회의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돼 결국 집행하진 못 했으나, 지적을 받았다. 시교육청이 6739억원 규모의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중 1500억여원을 기금에 저축하겠다고 밝힌 점도 논란거리가 됐다.

 

이 같은 일련의 지적에 대해 시교육청은 “오해가 있다”며 항변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다른 시·도교육청 대비 예산집행률은 낮고, 이월액·불용액 비율은 높게 나타난 건 타 시·도와 달리 ‘정리 추경’이란 걸 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 것”이라며 “지난해 추경 시기가 예상보다 매우 늦어져 대규모 시설 사업 등의 사전진행 절차가 길어졌고, 결국 불용하고 이월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교육청이 지난해와 2021년 비축한 기금과 관련해서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재정을 비축해놓은 건 처음있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 개정, 찬반 팽팽… “칸막이 제거”

 

정부와 정치권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감사보고서에서 교육부에 “학령인구 감소 등 환경 변화와 재원 배분의 불균형 등을 고려해 내국세 연동 방식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법정 교부금뿐 아니라 시·도세 전출금 비율도 각 시·도 사정에 맞게 지방의회 예산심의에서 탄력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시도지사협의회 이영달 전 사무총장은 “국가엔 재정준칙이라는 게 있는데, 쉽게 말해 교육재정준칙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교육재정이 보다 계획적으로 운용될 수 있게 해 달라는 게 시·도지사들의 요구”라고 말했다.

반면 교육계에선 법 개정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재정연구실장은 “교육이란 건 미래를 위한 투자인데, 대부분 ‘학생 수가 주는데 교육재정은 늘고 있다’는 데만 관심을 두고 있다”며 “우리나라 교육재정이 충분하느냐 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역설했다. 그는 “지금 교육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미래에 부작용이 훨씬 클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선 이른바 ‘진보교육감’이 더 많은 상황이라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구균철 경기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방자치단체라는 말은 있지만 교육자치단체라는 말은 없지 않나”라며 “과세권이 있는 시·도지사가 재정적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한 일인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도 중요하다지만 굳이 시·도청과 교육청 사이에 칸막이를 둬 재정을 비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두 기관이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하기도 하는데, 제대로 작동하진 않는 것 같다”며 “정치권에서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얘기까지 나오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는 “행정적 연계나 인사교류 확대 등으로 기관간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주영·이규희·이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