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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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러, 군사 기술·무기 ‘위험한’ 거래… 안보 전략 새로 짜라

푸틴, 北 인공위성 개발 도울 것
격상된 한·러 관계 재점검할 때
핵잠 건조 등 대응조치 뒤따라야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어제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4년5개월 만에 재회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타스·인테르팍스통신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소유스-2 우주 로켓 발사 시설을 시찰했으며 최신 로켓 ‘안가라’ 조립·시험동에서 2시간 동안 회담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북·러 간 위험한 무기 거래가 시작된 셈이다. 

 

김 위원장은 회담 시작 전 모두발언에서 “러시아는 서방 패권주의 세력에 맞서 성전을 벌이고 있다”며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데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궁지에 몰린 푸틴 대통령을 발벗고 돕겠다는 의미다. 이를 지렛대 삼아 러시아로부터 경제·군사·인도적 지원을 받으려는 노림수다. 푸틴 대통령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도착한 김 위원장과 악수하며 “이곳이 우리의 새로운 우주기지이다. 당신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것인지를 묻는 언론매체 질문에는 “그래서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곳으로 김 위원장을 초대한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두 정상 발언으로 볼 때 군사정찰위성과 핵추진 잠수함 관련 첨단군사기술과 포탄, 대전차 유도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 거래는 불문가지다. 러시아 크레믈궁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이 공개하면 안 되는 민감한 영역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밝히지 않았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틀이 허물어지고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능은 더욱 위협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1990년 수교 이후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한·러 관계를 재점검해야 할 때다.

 

미국 등 국제사회와 가치연대를 강화하고 공동 대응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유엔 안보리 소집은 물론 동맹국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추가 제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를 옥죄는 수출통제도 추가로 강화할 수 있다. 러시아가 전쟁에 쓰이는 기술과 물품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막는 게 한·미의 최우선 과제다. 북한 핵전력의 고도화를 막기 어렵다면 핵잠수함 건조 등 이에 맞설 수 있는 획기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미국의 핵우산 가동을 구체화하고 3축 체계도 고도화해야 한다. 북한은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앞두고 탄도미사일을 기습 발사할 정도로 대담해졌다. 안보 전략 새판짜기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