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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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증가에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중단 [한강로 경제브리핑]

정부가 서민의 내집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1년간 한시적으로 공급하기로 한 정책금융상품,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부부합산 연소득 1억원 초과 또는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주택 대상)과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 8개월 만에 조기 종료될 예정이다. 집값 회복세에 가계대출 규모가 5개월 연속 늘어나면서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택담도대출(주담대)도 사실상 중단하기로 했다.

 

◆가계대출 5개월 연속 증가에 대출 조이기 나선 정부

 

금융위원회는 13일 이세훈 사무처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과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갖고 이러한 내용의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 따르면 우선 27일부터 현재 부부합산 소득 1억원 초과 또는 주택가격 6억원 초과 경우에 신청하는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상품의 취급이 중단된다. 또 기존주택을 3년 이내에 처분하는 조건으로 일시적 2주택자도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이 역시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특례보금자리론 취급을 줄인 것은 신청액수가 8월 말 기준 35조4000억원으로 공급목표(39조원)의 90%에 달할 정도로 목표 도달이 임박한 데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소득과 상관없이도 대출을 받을 수 있어 가계대출 증가 원인으로 거론됐던 탓이 컸다. 금융당국은 주택가격 6억원, 소득 1억원 이하인 우대형은 그대로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영업부 대출 창구의 모습. 뉴시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 원인으로 지목한 ‘50년 주담대’를 겨냥한 조치도 나왔다. 이날부터 상환 능력을 입증하기 힘든 사람들은 주담대 전 기간에 걸쳐 DSR 산정 만기를 최대 40년까지만 적용하기로 했다. 50년 만기 대출이 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대출 한도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산정 만기를 줄여 차주가 받을 수 있는 총 대출금을 줄인다. 이번 규제는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와 상호금융 등 전 금융권에 적용한다. 금융위는 “합리적 사유 없이 (금융기관이) 만기를 과도하게 길게 설정하면 DSR 규제 등을 회피하는 목적으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변동금리로 주담대를 받을 경우 향후 금리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DSR 산정 시 일정수준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스트레스 DSR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조치 속엔 그동안 은행권이 주담대를 쉽게 허용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금융당국은 이날 8월 금융권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6조2000억원 늘어났다고 밝혔다.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은행권 주담대가 개별 주담대(4조1000억원), 정책 모기지(2조7000억원) 등의 영향으로 7조원이나 늘었다. 한국은행의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8월 말 기준 1075조원으로 전월에 이어 다시 역대 최대기록을 갈아치웠다. 금융당국은 특히 은행들이 ‘50년 주담대’를 7∼8월 중에 적극 취급한 것이 가계대출 급증 한 원인이라고 본다. 50년 주담대 규모는 1∼2월만 하더라도 200억원 정도였으나 7월에는 1조8000억원, 8월에는 5조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조치에 대해 “50년 만기 주담대를 받을 수 있으니까 집을 사겠다는 수요보다는 현 주택가격이 몇 년 후에 비해 낮은 상황이라는 판단하에 (주택을) 구매한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며 “(가계부채 증가의) 원천적인 부분을 잡지 못하고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변동금리 대출에) 스트레스 DSR 제도 도입은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보수적으로 보자는 건데, 이를 통해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려는 목적인 것 같다”며 “실수요자들한테는 더 부담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8월 취업자 27만명 늘었지만 청년·남성·제조업 감소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7만명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자수 증가폭은 전월(21만1000명)에 이어 두 달 연속 20만명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청년·남성·제조업 취업자 수는 감소세를 이어갔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67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만8000명 증가했다.

 

성별로는 여성 취업자가 28만1000명 늘어났지만, 남성 취업자는 1만3000명 줄었다. 남성 취업자 감소는 지난 7월(-3만5000명)에 이어 두 달째다. 남성 취업자 수 감소는 상대적으로 남성 취업자가 많은 제조업·건설업 등에서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3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3 경상북도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현장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제조업 취업자는 6만9000명 줄면서 8개월째 감소했다. 감소폭은 지난 4월(-9만7000명) 이후 최대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수출 감소와 생산 부진이 지속되면서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건설업 취업자도 건설 경기 부진 여파로 9개월째 줄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60세 이상에서 취업자가 30만4000명 늘었다. 60세 이상을 제외하면, 취업자 수가 3만6000명 감소했다는 의미다. 특히 청년층(15∼29세)에서 10만3000명, 40대에서 6만9000명 줄었다. 청년층은 10개월째, 40대는 14개월째 감소세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청년층 취업자 수가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20대 후반은 고용률이 나쁘지 않다”며 “20대 초반은 재학 비율이 높아지면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졌다”고 설명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616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8만3000명 줄었다. ‘쉬었음’ 인구가 8만3000명 늘었지만, 육아(-10만5000명), 가사(-5만명) 등에서 줄었다. ‘쉬었음’ 인구는 20대와 30대에서 각각 2만8000명(8.0%), 3만8000명(15.1%) 늘었다. 구직단념자는 40만6000명으로 6만1000명 감소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3.1%로, 통계 작성 이래 동월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15∼64세 고용률도 69.6%로 같은 달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지난달 실업자는 4만1000명 감소한 57만3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1999년 6월 구직기간을 1주에서 4주로 변경한 이래 모든 월을 통틀어 역대 최저다. 실업률(2.0%)도 0.1%포인트 하락하며,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중국인 단체관광 재개 등에 따른 중국인 방한 관광객 확대 등으로 서비스업 중심으로 고용률·실업률의 견조한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다만 제조업·건설업의 고용 부진 등은 취업자 수 증가의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 10건 신규지정

 

신분증을 깜빡한 은행 고객이 안면인식과 위치확인 기술을 활용해 실명인증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골프장 캐디 비용은 QR코드를 통해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 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를 통해 이 같은 혁심금융서비스 10건을 신규 지정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안면인식과 위치인증 또는 핀(PIN)번호를 통해 실명인증을 대체하는 기술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다. 기업은행은 내년 초까지 관련 전산 구축을 완료한 뒤 서비스 출시에 나설 계획이다.

 

그린재킷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골프장에서 QR코드로 캐디 비용을 결제하는 서비스도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돼 올해 4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캐디는 특수고용형태직종사자로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아 신용카드 결제가 어려웠지만 이번 특례로 카드결제가 가능해졌다.

 

아울러 쿠팡페이와 하나은행이 제휴해 체크카드를 발급하는 ‘셀러 월렛 통합 금융지원서비스’와 일부 금융사가 클라우드를 이용해 대용량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의 내부망 이용 등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됐다. 이번 신규 지정으로 혁신금융서비스는 총 283건이 됐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