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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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5개월 연속 증가하자 특례보금자리론 중단

금융당국 ‘주택 대출’ 조이기

소득 상관없이 대출 받을 수 있어
8월까지 신청액수 35조원 넘어서

8월 은행권 주담대 7조원 불어
가계대출 잔액 1075조 ‘역대최대’

가계빚 주범 지목된 ‘50년 주담대’
상환능력 입증 힘들 땐 최대 40년
‘스트레스 DSR 제도’ 도입도 추진

가계대출 증가세가 5개월 연속 계속되자 금융당국이 ‘주택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6억원 이상 주택에도 가능했던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 8개월 만에 중단됐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도 줄어든다. 변동금리로 주담대를 실행할 경우 가산금리가 더해지는 방안도 도입한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담대 관련 현수막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 13일 이세훈 사무처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과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갖고 이러한 내용의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 따르면 우선 27일부터 현재 부부합산 소득 1억원 초과 또는 주택가격 6억원 초과 경우에 신청하는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상품의 취급이 중단된다. 또 기존주택을 3년 이내에 처분하는 조건으로 일시적 2주택자도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이 역시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특례보금자리론 취급을 줄인 것은 신청액수가 8월 말 기준 35조4000억원으로 공급목표(39조원)의 90%에 달할 정도로 목표 도달이 임박한 데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소득과 상관없이도 대출을 받을 수 있어 가계대출 증가 원인으로 거론됐던 탓이 컸다. 금융당국은 주택가격 6억원, 소득 1억원 이하인 우대형은 그대로 운영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 원인으로 지목한 ‘50년 주담대’를 겨냥한 조치도 나왔다. 이날부터 상환 능력을 입증하기 힘든 사람들은 주담대 전 기간에 걸쳐 DSR 산정 만기를 최대 40년까지만 적용하기로 했다. 50년 만기 대출이 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대출 한도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산정 만기를 줄여 차주가 받을 수 있는 총 대출금을 줄인다. 이번 규제는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와 상호금융 등 전 금융권에 적용한다. 금융위는 “합리적 사유 없이 (금융기관이) 만기를 과도하게 길게 설정하면 DSR 규제 등을 회피하는 목적으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변동금리로 주담대를 받을 경우 향후 금리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DSR 산정 시 일정수준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스트레스 DSR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조치 속엔 그동안 은행권이 주담대를 쉽게 허용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금융당국은 이날 8월 금융권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6조2000억원 늘어났다고 밝혔다.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은행권 주담대가 개별 주담대(4조1000억원), 정책 모기지(2조7000억원) 등의 영향으로 7조원이나 늘었다. 한국은행의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8월 말 기준 1075조원으로 전월에 이어 다시 역대 최대기록을 갈아치웠다. 금융당국은 특히 은행들이 ‘50년 주담대’를 7∼8월 중에 적극 취급한 것이 가계대출 급증 한 원인이라고 본다. 50년 주담대 규모는 1∼2월만 하더라도 200억원 정도였으나 7월에는 1조8000억원, 8월에는 5조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13일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조치에 대해 “50년 만기 주담대를 받을 수 있으니까 집을 사겠다는 수요보다는 현 주택가격이 몇 년 후에 비해 낮은 상황이라는 판단하에 (주택을) 구매한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며 “(가계부채 증가의) 원천적인 부분을 잡지 못하고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변동금리 대출에) 스트레스 DSR 제도 도입은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보수적으로 보자는 건데, 이를 통해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려는 목적인 것 같다”며 “실수요자들한테는 더 부담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형·이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