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이재명을 사수하자” 외치는 친명, “방탄지옥” 인내심 드러내는 비명

‘李대표 사수’ 놓고 갈등 재점화 조짐

민주당 內 ‘의결정족수 미달 방안’ 부상
李 건강 악화 속 단식장소 실내로 옮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제2의 체포동의안 정국이 가시권에 접어들자 야당 내에선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친명(친이재명)계와 가결시켜야 한다는 비명(비이재명)계 간 갈등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비명계는 단식 중인 이 대표를 향한 동정론을 업고 ‘이재명 수호’를 강조하는 친명계를 근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쇄신보다 ‘방탄 정당’ 면모가 부각되고 있어서다. 단식 14일째를 맞은 이 대표는 13일 건강 악화 속에 단식투쟁 장소를 야외 천막에서 실내로 옮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 앉아 있다. 뉴시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당 회의에서 ‘이재명 수호’ 의지를 강조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빗대 검찰의 이 대표 수사를 비난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재명 죽이기는 ‘김대중 죽이기’, ‘노무현 죽이기’를 닮았다”며 “김대중·노무현을 죽이려는 세력과 지키려는 세력 중 결국 지키려는 세력이 끝내 승리했다”고 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노 전 대통령의 고통이 데자뷔처럼 떠오른다. MB(이명박)정권의 정치검찰 탄압이 데자뷔처럼 떠오른다”고 거들었다. 원외 인사인 서은숙 최고위원은 지지자들의 이 대표 단식장 방문을 두고 “각자의 처지나 입장을 떠나 생명 유지의 수단인 곡기를 끊은 야당 대표에 대한 연민의 감정으로 찾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친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을 사수하자’, ‘표결을 단체 보이콧하자’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처럼 체포동의안 통과를 막자는 것이다. 비명계가 결집해 또다시 이탈표를 행사할 경우 ‘이재명 리더십’이 손상될 수 있는 만큼 아예 본회의에 단체로 불출석함으로써 의결정족수(재적 의원 과반 출석) 미달을 유발, 표결 자체를 무산시키는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로 단식장소를 옮겨 단식 14일째를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13일 오후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예방을 받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비명계는 그간 이 대표가 단식 중임을 고려해 리더십 쇄신 주장을 자제했지만 인내심에 한계를 드러내는 분위기다. 한 현역 의원은 “지금 말을 아끼고 있지만 체포동의안 표결 시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송갑석 최고위원은 전날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해 “이 대표의 입장 표명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재차 선언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조응천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총선에서 국민께 뭐라고 얘기를 하고 표를 달라고 해야 하나. 방탄지옥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건강 악화 속에 단식 장소를 국회 본관 앞 천막에서 당 대표실로 옮겼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외부에서 대표 회의실로 단식장을 옮겼다는 것은 단식을 더 이어가겠다는 당대표의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주부턴 당 지도부 회의 주재도 친명계인 정청래 최고위원이 이 대표를 대신해 주재하고 있다. ‘이재명 지도부’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배민영·최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