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사노동조합이 공개한 대전 초등학교 사망 교사의 교권침해 사례 설문조사 응답지를 읽다 보니 목울대가 뜨거워졌습니다. 교직에 몸담은 지 20년이 넘었다는 고인은 서울 서이초 교사의 사망 소식을 접한 뒤 “그 학생과 약 1년의 시간을 보낸 후 교사로서의 무기력함, 교사에 대한 자긍심 등을 잃고 우울증 약을 먹으며 보낸” 지난 3년여 세월 동안 느꼈던 공포가 떠올라 하루 종일 울기만 했다고 합니다.
“저는 다시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떠한 노력도 제게는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공포가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저 혼자 저의 가족들 도움을 받으며 해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교사)는 회사(학교 등 교육 당국)의 보호가 아니라 회사의 비난을 제일 먼저 받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고인이 다시는 떠올리기 싫었을 기억을 되짚어 열거한 아동학대 관련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1학년 담임을 맡았던 2019년 3월 학기초부터 유독 수업 태도가 좋지 않고 친구들을 때리거나 괴롭히는 학생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학생이 5월 어느 날 급식실에 누워 점심을 먹지 않겠다고 바닥에 눕는 바람에 고인이 붙잡고 일으켜 세웠는데 열흘 뒤 학부모가 ‘억지로 아이 몸에 손을 대고 전교생 앞에서 지도했다”고 불쾌해했다고 합니다.
아이 태도는 이후에도 바뀌지 않은 것 같습니다. 친구를 또 꼬집고(6월), 발로 차고(9월), 급기야 뺨까지 때렸다(11월26일)네요. ‘더 이상 ○○를 지도할 수 없다’며 교장실로 보냈더니 학부모가 다음 날 교무실로 찾아와 ‘아이에게 마음의 상처를 줬다’며 사과를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부모는 12월2일 112에 아동학대 건으로 신고했습니다. 고인의 교권보호위원회 소집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후 아동학대 관련 대응은 오롯이 교사 몫이 됐습니다.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한 달 간의 조사 끝에 2020년 2월6일 경찰에 ‘정서학대’ 의견을 내자 4월9일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해당 사건은 부모의 자녀 아동학대 신고 후 ‘324일’ 만인 2020년 10월20일 ‘혐의 없음’ 판결을 받습니다.
이처럼 교원에 대한 아동학대 고소·고발은 늘고 있지만 실제 기소율과 유죄율은 턱없이 낮습니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8년(3만6417건)보다 26.6%(9686건) 증가한 4만6103건이었는데 지방자치단체는 이 중 60.7%인 2만7971건을 아동학대로 판단했습니다. 아동학대 판단 건수 중 초·중·고교 교직원이 가해자인 경우는 5.7%인 1602건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 아동학대 판단 건수 중 고소·고발 등으로 검경의 수사 등이 진행된 사건은 1만2483건(44.6%)입니다. 이 중 아동학대 혐의가 입증돼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고작 1.2%인 147건입니다. 교사들이 주로 피소된다는 정서학대는 어떨까요? 정서학대 판단 건수는 2018년 5862건에서 2022년 1만632건으로 5862건(81.4%)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관련 유죄율 역시 전체(3696건)의 1.3%인 46건에 불과하네요.
국회 교육위원회가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등 교권보호 4개법 개정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의 지속적인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해 교사의 정당한 학생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정서학대 행위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입니다. 오는 21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목표입니다. 하지만 교육청 내 아동학대사례판단위원회 설치 등은 여야 간 이견으로 국회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습니다.
아동학대 조사·수사는 신고·고소 후 빠르면 2∼3일, 늦어도 2주 내 시작된다고 합니다. 경력 24년의 대전 사망 교사는 생전 “(지난 4년여 세월을) 다시 돌아보면 매우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였다”고 했습니다. 교사들이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고소·고발로 교권은 고사하고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현 상황에서 정치권이 잠시 진영 논리는 제쳐 두고 말 그대로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만 생각하며 통 큰 합의를 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