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탁현민, 김윤아 저격한 김기현에 “오염수 걱정하는 대다수 국민이 개념없다고?”

김기현, ‘오염수 우려’ 김씨에 “개념없는 개념연예인”
탁현민 “국민 생각인데 여당대표가 공개적으로 겁박”
장예찬 “연예인이 무슨 벼슬이라고…어민 위협 행위”
자우림 소속사 “결코 정치적 입장 아냐…환경 우려”
그룹 자우림 멤버 김윤아씨.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낸 탁현민 전 비서관은 최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우려를 드러낸 가수 자우림 멤버 김윤아씨를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라고 저격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오염수를 걱정하는 대다수 국민의 우려였는데 처참한 수준의 발언이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공방이 이어지자 김씨 소속사는 “결코 정치적인 입장이 아닌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였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탁 전 비서관은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치가 예술보다 뒤처졌을 때 일어나는 일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비판했다.

 

그는 “정치인이 대중예술인을 두고 한 여러 말과 생각 중 가장 처참한 수준의 언설이었다”며 “자당의 BTS 동원 논란, 본인의 남진-김연경 꽃다발 사건조차도 가볍게 뛰어 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윤아씨의 발언은 오염수를 걱정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우려였다. 아티스트로서의 발언도 아니었다”며 “설사 그러한 생각을 창작 모티브로 삼는다고 해도 그는 창작자가 판단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 한 사람, 예술가 한 사람의 생각을 두고 국회의원이자 여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겁박하는 이 삼엄한 시대에 그간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던 문구 하나가 떠오른다”며 “‘폭력적인 체제 안에서는 작가와 학자. 예술가들과 같이 정신을 창조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역할이 주어진다. 이런 체제 안에서는 정신을 창조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 체제를 시인하는 순간이 온다. 옆에 서서 침묵할 뿐이라도 마찬가지다’”라고 언급했다.

 

또 “우리 바다를 걱정하는 마음을 수산업에 대한 공격이라고 우겨대는 정치인들이니 수조물을 퍼마시거나 횟집 먹방이나 하는 것”이라며 “종일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본 사람들은 안다. 바다를 보며 고기를 잡으며 얼마나 심경이 복잡한 요즘인지”라고 우려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탁 전 비서관은 “정치인의 수준이 평균적인 국민들과 문화예술인의 수준보다 한참 아래인 현실에서 예술인들의 삶은 참 고되다”며 “불안을 느끼면 순응하게 되지만 불만을 느끼면 변화가 온다고 했다. 불안이 불만이 되는 날, 그 날은 아마도 이 발언으로부터 시작일 것이라 예감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윤아씨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를 시작한 지난달 24일 자신의 SNS에 ‘RIP(Rest in peace) 지구(地球)’라고 적힌 사진을 올리며 “방사능 비가 그치지 않아 빛도 들지 않는 영화 속 LA의 풍경, 오늘 같은 날 지옥에 대해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에 김기현 대표는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에서 열린 사단법인 문화자유행동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문화계 이권을 독점한 소수 특권 세력이 특정 정치·사회 세력과 결탁해 문화예술계를 선동의 전위대로 사용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며 “최근 어떤 밴드 멤버가 오염처리수 방류 후 ‘지옥이 생각난다’고 이야기한 걸 들으며 개념 연예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라고 김씨를 에둘러 비판했다.

 

한편 여권에서는 김 대표 발언 이후에도 김씨에 대한 비판이 계속됐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진보 좌파 성향의 연예인들은 광우병 파동 때도 그렇고 그냥 아무 말이나, 과학적으로 검증이 안 된 음모론을 뭐라도 말해도 전혀 지장을 받지 않았다”면서 “연예인이 무슨 벼슬이라고 말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아무런 책임도 안 져야 되겠나. 본인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일본에 직접 가서 스시나 회 맛있게 드셔 놓고 이제 와서 지옥이라고 하는 건 우리 국민들, 특히 어민과 수산업자들 생계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권의 저격이 계속되자 김씨 소속사인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근 이슈가 된 김윤아씨 SNS 게시물은 결코 정치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이 아니다”라며 “환경오염에 관한 우려와 아쉬움을 표한 것이었음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와 결부돼 논란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지나친 비방이나 명예훼손, 모욕 등 위법행위는 자제해 주길 요청 드린다”고 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