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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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은 당연했던 아시안게임 남녀배구, 항저우에선 4강조차 쉽지 않다

한국 남녀 배구 대표팀은 적어도 아시아 무대에서는 그간 4강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특히 아시안게임에선 시상대에 서는 게 ‘기본값’이었다. 남자배구 대표팀은 1966 방콕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까지 14개 대회 연속 메달을 따냈다. 1978 방콕과 2002 부산, 2006 도하에선 금메달을, 여기에 은메달 7개, 동메달 4개도 따냈다. 여자배구 대표팀도 2006 도하에서 5위에 그친 것을 빼면 1994 히로시마와 2014 인천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은메달 8개와 동메달 4개도 수확했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에선 남자가 은메달, 여자가 동메달을 따냈지만, 2022 항저우에선 남녀 대표팀 모두 메달 획득을 자신할 수 없는 처지다. 2022~2023 V리그를 마치고 참가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참사에 가까운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남자배구 현역 최고의 세터 한선수.

특히 2020 도쿄 올림픽 4강 신화의 영광이 엊그제 같은 여자배구의 추락은 더욱 충격적이다. 김연경, 김수지(이상 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등 그간 10년 이상 대표팀을 지켜온 베테랑들의 국가대표 은퇴 이후 한국 여자배구는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2023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선 12전 전패의 수모를 겪었고, 2023 아시아선수권에선 4강 진출은 고사하고 카자흐스탄과의 5·6위 결정전에서도 패해 6위에 그쳤다. 10위권이었던 여자배구 대표팀의 세계랭킹은 연이은 패배로 35위까지 급전직하했다.

 

남자 대표팀도 일본과 중국의 불참으로 우승을 자신했던 2023 아시아 챌린지컵 4강에서 바레인에 덜미를 잡혀 3위에 그쳤고, 아시아선수권도 고전 끝에 5위에 머물렀다.

 

그나마 남자배구는 항저우에서 기대를 걸어볼 만한 요소가 있다. 아시아 챌린지컵과 아시아선수권에는 출전하지 않았던 현역 최고의 세터 한선수(대한항공)가 항저우에선 뛰기 때문이다. 한선수가 농익은 경기운영과 빠른 토스워크로 정지석, 임동혁(이상 대한항공), 전광인, 허수봉(이상 현대캐피탈) 등 V리그 최고 공격수들의 공격력을 배가시켜준다면 해볼만하다는 평가다.

김연경에게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자리를 물려받은 박정아

일본, 이란, 카타르, 중국이 아시안게임 일정을 마친 뒤 30일부터 파리 올림픽 예선을 치르는 점도 우리에겐 호재가 될 수 있다. 일본, 이란, 카타르는 파리 올림픽 예선에 무게를 두고 대표팀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파리 올림픽 예선에 출전권을 얻지 못한 남자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 집중한다.

 

여자배구는 전력 추가 요소가 없다. 게다가 16일부터 24일까지 폴란드에서 치러지는 2024 파리 올림픽 예선을 치르고 와야 한다. 체력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폴란드에서 세계적인 강호들과의 맞대결을 통해 최대한 조직력을 끌어올려 그 분위기를 항저우에서 이어가야만 4강 진출 이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연경에게 대표팀 주장 자리를 물려받은 이후 국제대회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박정아(페퍼저축은행)가 ‘클러치박’다운 특유의 결정력을 발휘해줘야 한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