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내 자녀에 ‘레드카드’ 준 담임 교체해달라” 요구… 대법 "교권 침해"

입력 : 2023-09-14 13:49:43
수정 : 2023-09-14 13:49:42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자신의 초등학생 자녀에게 청소를 시켰다는 등의 이유로 지속적으로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한 행위는 교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의 어머니 A씨가 학교장을 상대로 “교권보호위원회 조치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14일 파기 환송했다.

 

A씨는 2021년 7월 초등학교 교장으로부터 “교육활동 침해 행위인 반복적이고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앞서 같은 해 4월 A씨 자녀는 수업 중 생수 페트병을 갖고 놀면서 수업을 방해했다. 담임교사는 생수 페트병을 빼앗은 뒤 학생의 이름을 ‘레드카드’에 올렸다. 칠판에 적힌 레드카드 부분에 학생의 이름표를 부착하는 이 학급의 규칙이었다. 이와 함께 방과 후에 교실 청소도 하게 했다.

 

A씨는 그때부터 교사가 자녀를 학대했다며 교감과 면담하고 담임 교체를 요구했다. 남편과 함께 교실로 찾아가 교사에게 직접 항의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교사는 스트레스로 인한 기억상실 증세를 보이며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불안과 우울증을 호소하며 병가를 내기도 했다.

 

A씨는 이후에도 민원을 지속했다. 교육감에 민원을 제기하고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도 했다.

 

담임교사가 교권보호 조치를 받자 A씨는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의 ‘부당한 간섭’이 맞는다고 판단하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심 법원은 이를 뒤집고 A씨의 손을 들었다. 레드카드 제도가 부적절하며 A씨 행위가 반복적이고 부당한 간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다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우선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을 규정한 헌법 31조를 근거로 “적법한 자격을 갖춘 교사가 전문적이고 광범위한 재량이 존재하는 영역인 학생에 대한 교육 과정에서 한 판단과 교육활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 밖의 공공단체나 학생 또는 그 보호자 등이 이를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부모 등 보호자가 자녀의 교육에 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교육 방법의 변경 등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먼저 그 방안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담임 교체 요구는 (다른) 해결 방안이 불가능하거나 이를 시도했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담임교사로서 온전한 직무수행을 기대할 수 없는 비상적인 상황에만 보충적으로만 허용된다”며 A씨의 요구가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맞는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