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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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역 흉기 난동’ 최원종, 혐의 인정 ‘침묵’…첫 재판 공전 [밀착취재]

황색 수의·마스크 차림 입장…정면 주시
표정 드러내지 않은 채 “최원종” 답변
변호인 “수사기록 확인 못 해…의견 보류”
10월 10일 재개…방청석, 오열·욕설
방청 유족 “분노 치밀어…긴 싸움 예상”

‘황색 수의’를 걸친 20대 남성이 수척한 모습으로 법정에 들어서자 이곳저곳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흰색 마스크와 안경을 쓴 얼굴에선 좀처럼 표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달 10일 검찰 송치 이후 한 달여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서현역 흉기난동범’ 최원종(22)은 거리낌 없이 정면을 주시했다. 검찰 측의 공소사실 진술 때는 잠시 눈을 감기도 했다. 

 

최원종이 법정에 머무르는 동안 내뱉은 말은 불과 몇 마디에 그쳤다. 재판부가 주소와 본적을 묻자 “최원종입니다”라고 또렷이 답했다. 이어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라며 ‘경기 성남시 분당구 ○○동’ 등 주소를 나열했다. 주소를 말하는 동안 “(주소를) 다 말해야 하나요?”, “○○○번지가 어디죠?”라고 되묻기도 했다. 

 

무고한 시민을 차로 들이받고 흉기를 휘둘러 2명이 숨지는 등 14명의 사상자를 낸 ‘서현역 흉기난동범’은 이처럼 첫 공판에서 태연한 모습을 드러냈다. 방청석의 유족들은 오열했다. 

 

14명의 사상자를 낸 '서현역 흉기난동' 피고인 최원종(22)이 14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리는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첫 공판 곳곳에서 오열·욕설

 

14일 오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최원종 재판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유족이 몰렸으나 예상과 달리 금세 마무리됐다.

 

검찰이 살인과 살인미수, 실인 예비혐의로 구속기소 한 최원종 측이 혐의 인정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변호인은 10권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아직 열람·등사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댔다.

 

재판부가 구체적인 이유를 묻자 검찰이 나서 “지난주에 늦게 열람조사를 신청해 아직 다 하지 못한 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판사는 “공소사실 인정은 증거기록을 열람 한 뒤 하겠다는 거냐”고 물었고, 변호인은 “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당장 내일 (재판을 속개하면) 시간이 촉박하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방청석에서 욕설이 터져 나오며 잠시 소란이 일었다. 

 

이날 재판은 변호인 측의 수사기록 확보 문제로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다음 공판기일은 10월10일로 지정됐다. 유족들은 “시간을 끌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서현역 흉기 난동' 피의자 최원종이 지난 8월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런 살인자에게 인권이 있느냐?”

 

가족의 부축을 받고 법정에 나온 60대 희생자의 남편은 “사람을 죽이겠다고 계획하고 실행해서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당했다. 이런 살인자에게 인권이 있다는 데 아니지 않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건이 일어나고 한 달이 지났는데 (수사기록을) 열람 못 했다는 건 핑계다. 가슴이 답답하고 분노가 치민다”고 했다.

 

이번 사건으로 20대 딸을 잃은 아버지는 “오늘 법원에 오면서 범죄에 대해 인정할까, 심신미약을 주장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왔는데 (최원종의) 변호인 말을 들어보니 긴 싸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현역 일대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난 8월 3일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AK백화점 앞에 범인이 인도로 돌진한 차량이 세워져 있다. 성남=뉴스1

최원종은 지난달 3일 오후 5시56분쯤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분당점 부근에서 모친 소유의 모닝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들이받고, 이후 차에서 내려 백화점에 들어가 9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차에 치였던 60대 여성 1명이 사건 발생 사흘 만인 지난달 6일 사망했고, 역시 차 사고를 당한 20대 여성 1명이 뇌사 상태로 치료받다가 같은 달 28일 숨졌다.

 

이 밖에 시민 5명이 중상, 7명이 경상을 입었다.

 

검찰은 최원종이 망상을 현실로 착각하고, 폭력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분석했다.


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