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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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의원들에 책 ‘정신병원’ 보낸 천하람…김예지 “혐오 조장”

천하람 “우리 당부터 정신차리자는 뜻”
김예지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조장”

국민의힘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14일 “여당 의원 109명 전원에게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라는 제목의 책과 편지를 보냈다”며 “우리 당부터 정신차리자는 뜻”이라고 밝혔다. 극단적 지지층만 향한 행보를 보이는 당을 겨냥한 것이다. 다만 당내에선 천 위원장이 인용한 책 제목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언사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천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편지에서 책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를 언급하며 “우리에 대한 이야기다. 구구하게 책 내용을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주니까요”라고 운을 뗐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왼쪽),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그는 “나라 안팎으로 외교·안보, 경제, 치안, 교육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난제가 첩첩산중”이라며 “그런데 배의 키를잡은 자칭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정신 똑바로 차리기는커녕 서로 골수 지지층을 모아 해괴한 빨갱이 논쟁과 친일파몰이, 남 탓이나 하고 있으니 정상적인 국민이 보기에 정신병자들이 아니면 무엇이겠나”라고 반문했다.

 

천 위원장은 이어 “나라는 어렵고 국민은 쓰러져 가는데 우리에게 관심 있는 것은 오직 총선과 공천뿐”이라며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으니 찍어 달라’는 게 아니라 ‘저놈들이 더 못한다, 더 나쁘다’는 낙인찍기로 이기려 한다”고 우려했다.

 

같은당 김예지 의원은 본인 페이스북에서 천 위원장의 이같은 언급에 대해 “국민의힘을 혐오 정치로 끌어들이지 말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천 위원장님의 이번 행동은 오히려 국제사회의 권고를 무시한 채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혐오를 더 불러일으키고 있어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이 책을 소개하신 행동이 왜 혐오 표현인지 모르시는 것 같아 말씀드린다. 혐오 표현은 단순히 개인적 감정이나 표현 전부를 말하지는 않는다. 같은 말이라고 하더라도 약자나 소수자를 향할 때, 특히 소수자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나 편견이 담긴 동시에 이들이 겪는 차별을 고착화하는 경우 혐오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현재의 정치적 상황이 국민께서 보시기에 좋은 모습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이럴수록 정신질환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책 제목과 내용을 인용하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