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의 사상자를 낸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22)에 대한 첫 공판이 14일 열린 가운데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울분을 토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이날 최원종의 공판은 10여분 만에 끝났다. 최원종의 변호인 측이 “증거 열람·등사를 아직 못했다. 검찰의 기록을 검토한 후, 혐의 인정 여부를 가리겠다”는 이유에서다.
최원종은 이날 황색 수의와 검은색 뿔테안경을 착용한 채 법정에 들어섰다. 유족들은 “이럴 거면 뭐 하러 법정에 나왔냐”, “개XX” 등을 외치며 울화를 참지 못했다.
교도관들은 공판을 마친 최원종을 구치소로 옮기기 위해 호송차에 태웠다. 유족은 최원종이 법원 청사 밖으로 이끌려 나오자 “넌 나오면 내 손에 죽어”, “우리 딸 살려내”, “우리가 뭘 잘못했길래 이러냐”며 소리쳤다. 이들은 호송차가 출발할 때까지 차창 너머로 최원종을 찾으며 고함쳤다.
최원종의 흉기난동과 차량테러로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중 차량에 치여 60대 여성 A씨와 20대 여성 김혜빈씨가 연명치료를 받다 결국 숨졌다.
법정을 나온 뒤 눈물을 쏟아낸 A씨 유족은 “이번 (최원종) 테러 사건으로 귀가 안 들리고 말귀를 잘 못 알아 듣는다”며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것은 사람의 생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살인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가 되면 안 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한테 엄중히 경고하고 무고한 시민이 희생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건이 일어나고 한 달이 지났는데 연람을 못했다는 것은 핑계다. 살인자에게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이건 테러”라며 “죽인 사람은 떳떳하게 눕고 아무 죄 없이 희생당한 분은 말이 없다.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는 느낌이 든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당하지 않은 분들은 모른다”고 덧붙였다.
최원종은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중 “구치소에 한 달만 있었는데 힘들고 괴롭다”는 취지의 편지를 작성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씨 유족은 “감형을 받으려고 준비하는 그런 느낌이 든다. 법정에서 인정을 할까, 심신미약을 또 내세우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며 “변호사도 한 명에서 2명, 2명에서 4명 이렇게 늘어나는 것 보고 ‘긴 싸움이 되겠구나’하는 생각도 든다”고 답했다.
이어 “다 시간 끌기 위함이고 대책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본다”며 “차라리 저놈(최원종)의 숨통을 끊어놓고 내가 그냥 감옥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내 딸아이 인생 망쳐놓은 그놈, 내 손으로 죽이고 싶은 그 마음이다. 하지만 법치주의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끝까지 법무부 믿고 싸워볼 생각이다. 하지만 원하지 않은 판결이 나왔을 때 그런 심정이 어떨지 아직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범죄자에 꼭 죗값을 치르게 할 거다. 재판부의 사형이 선고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원종은 지난달 3일 오후 5시56분~6시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에서 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시민 5명을 덮치고, 백화점 1~2층에서 소지한 흉기 2자루로 시민 9명에게 무차별 휘두른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하루 전, 살인범행을 계획하기 위해 AK플라자 백화점 1~2층에 돌아다닌 살인예비 혐의도 있다.
최원종에 대한 2차 공판은 내달 10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