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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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집값 상승세 진정 양상” 발언…왜곡된 부동산 통계 때문이었나 [文정부 ‘통계 조작’ 의혹]

2020년 ‘7·10 대책’ 한달 후 靑회의 발언
당시 “시장과 동떨어진 평가” 비판 쇄도
논란 커지자 靑 인사들 전면 나서 ‘엄호’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연합뉴스

2020년 8월10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종합대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정부가 주택공급확대 태스크포스(TF) 운영, 청약제도 개선, 전월세 자금지원 확대 및 이자 인하 등 조치를 담은 ‘7·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은 공개되자마자 반발을 샀다. 부동산 시장에선 “대책 효과를 평가하기엔 너무 이르다”, “시장과 동떨어진 평가다”, “대통령은 별나라에 사는 거냐” 등 지적이 나왔다. 당시 야당에서도 “대통령 본인이 감이 없다”(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청와대는 신문도 안 보고 여론 청취도 안 하냐”(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 비판이 쏟아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연합뉴스

논란이 컸던 건 유사한 발언이 이전에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전년 12월에 발표한 ‘12·16 부동산 대책’에 대해 언급하면서 “지난번 부동산 정책으로 상당히 안정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2·16 부동산 대책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강화, 초고가 주택 주담대 금지, 규제지역 주택처분 및 전입 기한 단축 등을 담은 것이었다.

 

당시 집값을 둘러싼 문 대통령의 ‘별나라 발언’ 배경에 결국 인위적으로 왜곡된 집값 통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평가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이 15일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국토교통부가 통계 작성 기관인 통계청·한국부동산원(구 한국감정원)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는 등 불법 행위를 확인했다고 발표하면서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연합뉴스

2020년 8월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중 문 대통령의 ‘집값 상승세 진정’ 발언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자 청와대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 엄호하기도 했다. 이번에 감사원이 수사 요청한 김상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 대통령 발언 다음 날 직접 방송에 나와 부동산원 집값 통계를 인용하며 “강남 4구 주택 가격은 사실상 제로에 근접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청와대 관계자도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부동산원 매매가격지수 통계를 인용하면서 문 대통령 발언을 직접 해명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들이 인용한 부동산원 통계 또한 당시 청와대·국토교통부의 부당한 영향력이 개입된 결과물로 보인다. 실제 한 달 전 7·10 대책을 내놓은 이후 서울 집값 수치가 개선되는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해 7월14일 청와대 측이 국토부를 질책했고 국토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수치 조정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이날 감사원 발표에 담겼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