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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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둘째날 대란 없었지만… “10분 일찍” “자차 출근”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파업이 이틀째 이어지면서 금요일인 15일 열차 감축 운행으로 인해 대체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일상 속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 한편에선 여당이 이번 파업을 ‘반정부 투쟁’으로 규정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 이틀째인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이 열차를 기다리는 이용객으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이날 큰 혼란은 없었지만, 열차와 지하철 운행이 평소보다 줄면서 시민들은 장시간 기다려야 하거나 대체 교통수단을 이용했다. 이날 종일 서울역 대합실 승차권 변경·반환 창구에는 열차표를 구하려는 시민이 늘어섰고 전광판에는 운행이 중지된 열차 안내가 붉은색으로 이어졌다. KTX 기차역 안 의자에는 여행 가방을 든 사람들이 가득 앉아 있고 역 안 음식점이나 주변 카페까지 캐리어를 옆에 두고 기차를 기다리는 듯한 사람으로 북적였다. 

 

업무 때문에 서울과 세종을 자주 다닌다는 권모(35)씨는 “회의 때문에 서울에 왔는데 시간을 못 맞출 뻔했다”며 “돌아가는 기차도 예상보다 더 기다려야 해 기다리는 중인데 휴대전화 배터리도 떨어져간다”며 웃었다. 

 

지하철 승강장도 오지 않는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으로 붐볐다. 1호선을 타고 서울역에 왔다는 이모(29)씨는 “수인분당선을 탔다가 1호선을 탔는데 분당선은 25분 기다렸고 1호선도 20분 넘게 기다려 탔다”며 “파업인 줄은 알지만 평소보다 1시간은 더 걸렸고 지하철 안도 마치 9호선 급행처럼 너무 복잡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서울역을 거쳐, 대구로 지방 출장을 떠난다는 김모(55)씨는 "파업으로 용산역에서 타려던 열차가 취소됐다길래 서울역으로 가고 있다"며 "평소보다 1시간이나 일찍 나왔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30)씨는 "10분 정도 일찍 출근했다"며 "아침 1분1초가 소중한데, 파업도 적어도 출근 시간대는 피해주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 이틀째인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승강장에 설치된 전광판에 운행 중지된 열차 정보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지하철 4호선은 선로보수 장비가 선로에서 이탈하는 사고까지 겹쳐 열차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3시 48분쯤 범계역에서 금정역으로 선로보수 장비를 이동하던 중 궤도를 이탈하면서 선로 이상 유무를 점검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 이 때문에 하행은 이 구간 운행이 중지되고 상행은 지연돼 출근길 혼잡이 발생했다.

 

철도 대신 고속버스를 타려는 시민들도 많았다. 부산에 내려간다는 김모(34)씨는 “평소에는 KTX를 타는데 매진이 돼서 고속버스를 이용하게 됐다”며 “고속버스도 겨우 구했는데 2시간30분이면 가던 걸 4시간이 걸린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2시기준 서울역에서 부산역으로 가는 KTX는 모두 팔렸는데, 고속버스 역시 좌석이 거의 다 찬 상태였다.

 

15일 오후 2시 기준 이날 서울역에서 부산역으로 가는 KTX 열차가 모두 팔린 상태였다. 고속버스 역시 좌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한국철도공사 애플리케이션 캡처

한편 불편한 건 맞지만 철도노조의 파업을 지지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직장인 김모(27)씨는 “일본 가봤는데 노선이 따로따로 민영으로 분리돼 있어 너무 불편했다”며 “철도가 민영화되는 걸 막는다는 목표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서울 시민 백모(28)씨는 “철도노조 파업이 반정부 투쟁이라며 규탄하는 여당의 기자회견을 봤는데, 노조 파업 정도로 국정 운영에 위협을 받을 정도의 정부라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철도노조의 파업은 18일 오전 9시까지 지속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열차 운행률은 평소의 79.6%다.


윤준호·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