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똑바로 보고 있는 거냐! 수치가 잘못됐다.”
15일 발표된 감사원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 결과에 담긴 문재인정부 청와대가 2018년 1월 넷째 주 서울 주택가 변동률을 보고받은 후 국토교통부를 질책하며 했다는 말이다. 국토부는 이후 통계 작성 기관인 한국부동산원(구 한국감정원)에 “위에서 얘기하는데 방어가 안 된다. 재점검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부동산원은 양천구 주택 매매가율을 기존 1.32%에서 0.89%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문 정부가 부동산·가계소득·고용 등 주요 정책의 효과가 국가통계에 나타나지 않자 수치를 입맛에 맞게 바꾸도록 통계 기관을 수차례 압박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통계 기관에 불법적인 행위를 요구했고, 국토부는 부동산원장의 사퇴를 종용하기까지 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靑, ‘작성 중 통계’ 불법 요구
감사원은 문 정부가 각종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택가격동향조사의 매매가 변동률을 낮추도록 압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가 부동산원이 작성 중인 통계를 최종 발표 전 보고하도록 불법적으로 요구했단 것이다. 부동산원이 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총 12차례 중단을 요청했지만, 청와대가 이를 묵살했다고 한다. 통계법은 작성 중인 통계를 공표 전 제공, 누설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2017년 6월 주 1회 공표되는 부동산원의 ‘서울 주간 주택 매매가 동향’의 보고 횟수를 늘리도록 국토부에 요구했다. 이에 부동산원은 서울 집값 통계를 작성 중 상태인 ‘주중치’(3일간 조사 후 보고), ‘속보치’(7일간 조사 즉시 보고)와 작성 완료 상태인 ‘확정치’(7일간 조사 후 다음 날 공표)로 구분해 청와대와 국토부에 주 3회씩 4년간 제공했다고 한다.
감사 결과에는 문 정부가 선거 기간, 새 대책 시행 등 집값 상승세를 관리할 필요가 있을 때 주택 통계 개입 범위를 확대했단 내용도 담겼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집값이 상승하자 청와대 정책실이 서울뿐 아니라 경기·인천 매매가도 보고하도록 하고 변동률 하락 조정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2020년 7월 임대차 3법 시행 후 서울의 전셋값 통계 주중치를 보고하도록 부동산원에 요구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총선 앞두고 수도권 집값 조작
감사원은 예측치로 보고된 주중치보다 확정치가 높으면 청와대 정책실이 현장 점검을 반복 지시하며 사유를 소명하도록 하는 식으로 압박을 가했다고 보고 있다. 또 부동산원은 정부의 압박이 계속되자 2019년 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70주간은 가격 조사 없이 집값 변동률을 임의로 예측해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 정부는 2019년 6월 각종 대책에도 집값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부동산원장의 사퇴를 종용하는 등 압박 수위를 더욱 높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같은 해 7월 부동산원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감정원의 조직과 예산은 날려 버리겠다”고 말했다. 2020년 6·17 대책 발표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가 여전하자 청와대가 “서울(변동률)을 지난주보다 아래로만 하라”고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청와대·국토부의 부동산원 외압을 인지하고도 은폐한 정황도 확인됐다. 2019년 11월 경찰청에 부동산원 외압 관련 정보보고가 들어왔고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이를 인지하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단 것이다.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었다.
◆‘소주성’ 위해 소득 통계도 손질
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의 정책의 효과를 부풀리기 위해 소득, 고용 통계를 왜곡한 정황도 드러났다. 홍장표 전 수석이 이끈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2018년 5월 최저임금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노동연구원 소속 연구원의 분석을 근거로 문 전 대통령에게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 근로소득 불평등은 개선됐다’고 보고했고, 통계청장에게도 국책연구기관의 분석 결과라고 설명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덕순 전 수석이 이끈 청와대 일자리수석실은 ‘2019년 8월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자 조사 방법을 바꾼 영향으로 몰아가도록 통계청에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