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가슴 빤히 쳐다본다" 허위 민원에 해임된 교수, 소송 끝에 복직 판결

“성희롱한 적도, 유료 레슨 요구하거나 강요한 적도 없다”

1대1 수업 중 여학생의 가슴을 빤히 쳐다보며 성희롱하고 입시 부정행위‧성적조작 등 각종 비위행위를 했다는 허위 민원으로 인해 해임된 대학교수가 소송 끝에 복직할 수 있게 됐다.

 

법원은 대학교 A교수가 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A교수에 대한 해임처분 및 1320만원의 징계부가금 부과처분을 각각 취소하라고 피고인 대학교에 명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대학교는 2021년 7월20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A교수의 비위행위를 신고하는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에는 2017학년도 1학기 A교수가 1대1 수업을 받던 여학생에게 “가슴이 있어서 불편하지 않느냐, 학창시절에 가슴이 커서 불편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괜찮느냐”고 말했고, 그 이후로 계속해서 수업 내내 가슴을 쳐다봤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A교수가 학생들에게 레슨 받을 것을 강제로 권유하고, 받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사실상 강요했다는 주장, 학생들에게 지급된 장학금을 A교수가 가로챘다는 주장, 정시모집 입시에서 A교수가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주장, 일부 학생의 성적을 조작해 대학교 학업성적 처리지침을 위반했다는 주장 등도 민원 내용에 포함됐다.

 

이같은 민원을 접수한 대학교는 A교수에 대한 면담과 학생 설문 등 조사를 거쳐 지난해 1월 A교수에게 해임 및 징계부가금 2배(1320만원) 부과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A교수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같은해 2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위원회는 이를 기각했고, 이 사건은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법정에서 A교수는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A교수 측은 “성희롱을 한 적이 없다”며 “유료 레슨을 받을 것을 요구하거나 강요한 적도 없다. 이는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원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간헐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법률 위반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A교수는 “학과 점수를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장학금이라는 절차를 사용한 것”이라며 “학생들도 동의한 건이고, 해당 장학금은 학생들이 소속된 비영리단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민원내용인 입시 부정행위, 성적조작 등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다만 A교수는 수업 중 소리를 지르는 등 학생에 대한 폭언 부분은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했다.

 

A교수 측 변호인은 “원고에 대해 교원의 신분을 영구적으로 박탈하는 해임처분을 하는 것은 비위행위의 정도에 비해 원고가 입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며 “이 사건 해임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사건을 살핀 재판부는 A교수의 성희롱 의혹과 관련해 유일한 증거인 피해학생의 진술이 수시로 변경되고 일관성이 없어 징계사유로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징계사유 중 ‘학생에 대한 폭언’ 부분만이 인정되고, 나머지는 그 사실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에게 인정한 1개의 징계사유만으로 교수인 원고를 해임하는 것은 피고에게 주어진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는 이 사건 이전에는 징계처분을 받은 사실도 없고, 교수로서 상당한 기간 성실하게 근무해 왔다. ‘학생에 대한 폭언’ 부분은 인정되나 그에 따른 징계가 과도하다”며 “이 사건 해임처분 전부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