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쇄신 등을 촉구하며 시작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단식투쟁이 2주를 훌쩍 넘겼지만 마땅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장기화하는 분위기다. 당 소속 의원 및 재야 원로·시민단체 인사들의 중단 촉구에도 이 대표는 단식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가 건강 악화로 병원에 실려 갈 때가 단식 종료 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입원해서도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측근들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고위 관계자는 단식 18일째인 17일 “이미 단식에 들어갈 때부터 ‘무기한’이라고 강조했고, 단식을 풀 만한 명분들도 마련해 놓지 않았다”며 “현재로선 단식을 접을 수도, 접어서도 안 된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전날 ‘여야 대표 회담’ 제안과 함께 단식 중단을 거듭 요청했지만, 이 역시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열흘 넘게 단식을 조롱하던 여당 대표가 인제 와서 저러는 것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오는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리는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행사 참석차 상경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 대표를 직접 만나 단식 중단을 설득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당 지도부로선 단식 출구 전략 마련은 물론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를 두고도 고심이 깊은 상황이다. 이 대표 단식으로 그나마 잠잠했던 계파 갈등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체포동의안 표결 향방을 계기로 재점화할 수 있어서다. 지난 2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부결되기는 했지만, 당내 무더기 이탈표가 나오면서 한동안 분란이 인 바 있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번 주 초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체포동의안은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있다. 지도부 내에서는 앞서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만큼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것으로 보면서도 최근 당내 ‘부결 여론’이 거세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실제 친명(친이재명)계에서는 ‘본회의 표결 거부’(민형배 의원)나 ‘체포동의안 당론 부결’(서은숙 최고위원) 등의 의견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반면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불체포특권 포기’ 진정성을 증명하려면 이 대표가 정식으로 가결 요청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고 해도 적잖은 수의 반대표가 나올 경우 또다시 ‘방탄 정당’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이 대표의 공식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단식 자체를 놓고도 방탄이라는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표결 문제를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사태를 더 키울 수 있다”며 “의원 전원에게 가결을 공식 요구하고 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