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中 국방장관도 실종…시진핑 책임 및 통치 불확실성 커져

중국 고위직이 잇따라 공식적인 이유 없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이들을 임명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외교와 국방부장(장관) 등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대표해 자주 등장하던 고위직이 실종됨에 따라 중국에 대한 신뢰도 추락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17일 로이터 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3기 집권을 한 시 주석이 발탁한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에 이어 리상푸(李尙福) 국방부장이 20일 가까이 공식석상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 EPA연합뉴스

당국의 조사 가능성이 제기된 리상푸 부장은 지난달 29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평화안보포럼 기조연설 이후 등장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7∼8일 베트남 주최로 중국·베트남 국경에서 열릴 예정이던 연례 국방 협력 회의를 앞두고 중국은 리 부장의 ‘건강 문제’를 이유로 회의를 연기해 그의 실종을 공식화했다. 앞서 친강 전 부장의 실종 역시 중국 측이 지난 7월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의 베이징 방문을 취소하면서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리 부장이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 해임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리 부장이 군수품 조달사업 책임자였을 당시와 관련된 부패 혐의가 문제가 됐을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올해 3월 국방부장에 임명된 리 부장은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장 재임 당시인 2018년 러시아로부터 Su-35 전투기 10대와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불법 구매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인물이다. 중국은 미국에 국방장관 회담을 위해 리 부장의 제재를 풀 것으로 요구해왔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리 부장의 상황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지난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리 부장이 지난주 베트남과의 회의에 불참했는가”, “그가 정말로 조사를 받고 있는가” 등의 질문에 “나는 당신이 언급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방부 홈페이지에는 그에 관한 정보가 삭제되지 않았고 중앙군사위 위원으로도 여전히 등재돼 있다.

 

이들 외에도 중앙군사위원회 기율감찰위원회는 지난 7월 로켓군 사령관인 리위차오(李玉超) 상장과 로켓군정치위원 쉬중보(徐忠波)를 갑자기 해임했다. 최근엔 중국군 군사법원장 청둥팡(程東方) 소장이 8개월 만에 해임됐다.

 

고위직의 잇따른 실각에 대해 시진핑 체제의 판단 능력이나 인사 검증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의 라일 모리스 연구원은 “중국에는 고위 간부 인사 검증을 하는 대규모 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일은 시 주석에게 당황스러운 상황이고 중국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의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중국과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5일 국무부에서 열린 독일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동안 그래왔듯이 어느 시점에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누구든지 중국 정부와 대화할 준비가 완전히 됐다”며 “누가 어떤 업무를 담당하든 상관 없이 대화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