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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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항생제 사용 많고 내성률 높아… 오남용 안돼”

김남중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세균 감염증 치료 때 사용이 원칙
감기 등 바이러스 원인 질병에도 남용
국내 항생제 소비 세계 네 번째로 많아
부적절 사용으로 항생제 내성 초래
‘슈퍼박테리아’ 국내 사망 3000여명
사용 원칙 꼭 지키고 손씻기 생활화를

“항생제는 ‘항균 범위가 가장 좁은 항생제를 골라 최단기간 치료한다’가 원칙입니다. 그러니 필요하지 않은 질병에서 사용, 불필요한 광범위 항생제 사용과 장기 사용, (임의)조기 종결은 피해야 합니다. 항생제 사용량이 많으면 내성 세균도 늘어납니다. 흔히 ‘슈퍼박테리아’라고 불리는 6개 다제내성균으로 인한 국내 사망 환자는 3000∼4000명에 이릅니다. 감염 전문가들은 다제내성균 감염을 코로나19를 비롯한 인수공통감염병과 함께 인류에 위협적인 두 번째 감염병으로 봅니다.”

김남중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1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항생제 사용의 원칙을 강조하며 오남용으로 인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김남중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1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항생제의 잦은 사용, 많은 사용, 조기 종결, 오랜 사용을 모두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정탁 기자

항생제는 세균의 생존·증식에 필요한 세포벽 합성, 단백 합성 등을 억제해 세균 감염증을 치료하는 효과적인 약제다. 세균 감염증에 대한 치료제인 만큼 세균으로 인한 감염증 아닌 경우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국내에서는 감기 등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에도 남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보건의료통계(Health Statistics)에 따르면 국내 항생제 소비는 21.0DDD(환자당 항생제 사용량)로 그리스(28.1), 칠레(24.7), 튀르키예(24.4)에 이어 네 번째로 많았다.

김 이사장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는 항생제 사용도 많고, 이에 따른 내성률도 높은 편”이라며 “의약분업이 2000년에 비교적 늦게 이뤄지면서 항생제에 관대한 문화가 형성되고, 치료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감기라도 혹시 모를 세균성 감염 대비해 ‘과한 사용’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은 항생제 내성으로 이어진다. 2014년 영국에서 발표된 항생제 내성 보고서에서는 2050년까지 항생제 문제가 지속되었을 때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0만명이 항생제 내성 문제로 사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암으로 인한 사망보다 많은 숫자다.

국내에서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VRE), 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알균(VRSA),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CRE), 다제내성 녹농균(MRPA), 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MRAB) 등 6가지 다제내성균을 지정 감염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항생제 내성은 신약 개발을 하더라도 또다시 이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하기에 그 위험성은 더욱 크다.

“항생제를 하나 개발해 많이 사용하다 보면 내성이 생기고, 그 약을 또 쓰다가 사용이 늘면 또 내성이 생겨요. 이런 현상을 ‘항생제 패러독스’라고 부르죠. 제약사 입장에서는 사용량이 늘면 효능이 떨어져 수명이 짧아지는 항생제 개발에 적극적일 필요가 없게 되는 겁니다. 결국 내성균 출현 속도가 항생제 개발 속도를 앞질러 적절한 치료제가 없는 다제내성균 출현이 현실이 됐습니다.”

MRSA가 처음 출현한 것은 1968년인데 이후 VRE는 1988년에 생겨났다. CRE가 나타난 것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은 1990년대 초반이다. 메르스, 코로나19 등 유행 감염병이 ‘정점’을 지나면 감소하는 반면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한 다제내성균 출현은 시간에 따라 더 빨리, 빈번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제내성균은 ‘조용한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으로 불린다.

대한감염학회가 항생제 사용을 관리하는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강조하며 2021년부터 질병관리청과 함께 ‘전국 의료기관 항생제 사용량 분석 및 환류시스템(KONAS)’를 구축·운영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올해 KONAS 구축 후 사실상 첫 통계 집계를 보면, 상대적으로 경증 환자가 많은 일반 병원이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에 비해 항생제 사용량이 3배 정도 많은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이사장은 “항생제 스튜어드십의 전략 중 하나가 ‘광범위 항생제’를 쓰기 전에 감염 전문의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이지만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감염 전문의가 350명 정도에 불과한 ‘인력난’ 때문이다. 일정 규모 이상 병원에 감염 전문의를 모두 배치하기란 어려운 셈이다. 김 이사장이 있는 서울대병원에 있는 5명의 감염전문의가 담당해야 하는 항생제 검토건만 해도 한달에 2000건이 넘는다. 감염에 취약한 다인실 대신 1∼2인실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현실’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김 이사장은 “항생제 오남용과 이에 따른 다제내성균 감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항생제 사용의 원칙을 지키는 한편 균의 전파 경로 차단을 위해 기본적인 ‘손씻기’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며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감염 관리를 위한 전문가 육성과 2인 이하 병실 (확대) 등을 이뤄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