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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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에도 꺾이지 않는 가계대출… 5대은행 9월에도 8000억원 증가

줄어들었던 신용대출까지 반등
주담대는 ‘50년 만기’ 규제로 둔화
전세금 반환용 수요 큰 변수될 듯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나서고 있지만 9월에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2년여간 줄어들었던 신용대출까지 증가세로 전환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4일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681조6216억원으로 지난달 말(680조8120억원)보다 8096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은행 개인대출 상담창구 모습. 연합뉴스

이는 5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9월 가계대출 증가 폭이 지난달(1조5912억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이 기간 6176억원 늘어났다. 지난달 증가폭(2조1122억원)에 비해서는 다소 둔화됐다. 금융 당국이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의 주범으로 꼽은 50년 만기 주담대의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등 억제에 나선 영향으로 분석된다.

신용대출은 3445억원 늘었다. 월말까지 증가세가 유지되면 2021년11월 이후 1년10개월 만에 처음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이 반등하게 된다. 은행권은 투자 수요가 활성화하면서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9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올해 하반기에는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담대 수요가 가계대출 관리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하는 의견이 나온다. 전세 시세가 기존 보증금보다 낮은 이른바 역전세가 급증하면서 모자란 보증금을 메우려는 집주인의 대출이 올해 하반기 이후 크게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한은은 최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향후 가계대출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연초부터 이어진 주택 매매거래 확대, 하반기 아파트 입주·분양 예정 물량 증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대출 수요 등이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