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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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 김태우 공천하는 여당의 비상식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이 내달 11일 치러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게 됐다. 그는 문재인정부 마지막 경찰청 차장인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와 맞불는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어제 김 전 구청장을 최종 후보자로 발표했다. 그는 당원 50%, 일반유권자 50%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된 경선에서 경쟁 후보 2명을 제쳤다는 게 공관위의 설명이다. 국민의힘은 자당의 귀책사유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고, 심지어 선거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를 공천하는 것은 오만의 극치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것이다.

국민의힘의 김 전 구청장 공천은 공당의 당규를 제멋대로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 판결을 형해화하는 비상식적 조치다. 국민의힘 당규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하여 재보궐선거가 발생한 경우 당해 선거구의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공당의 도리를 생각한다면 당헌을 존중하고 후보 공천을 하지 않는 게 마땅하다. 5개월의 구정 공백과 39억원의 선거 비용을 고려해도 당사자 공천은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 전 구청장은 2018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관 재직 시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돼 올해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고 구청장직도 잃었다. 그는 어제 “‘조국이 유죄면 저(김태우)는 무죄’라는 생각에 많은 분이 공감하신다”고 말했다. 자신이 공익제보자인 만큼 죄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법원은 자신의 비위에 대한 감찰이 진행되자 각종 폭로를 시작한 점에 비춰볼 때, 폭로 동기에 공익성이 없다고 1심부터 대법원까지 일관되게 판단했다. ‘김명수 대법원’이 왜곡 판결을 내놨다는 여권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궤변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형 확정 석 달 만에 그를 사면했다. 사법부 판결을 부정했다고밖에 할 수 없다. 애초 국민의힘은 공천을 망설였으나, 대통령실 압박이 워낙 거세지자 입장을 바꿨다.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가 내년 4월 총선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민주당은 2021년 4월 보선에서 무공천 당헌까지 개정하며 후보를 냈지만 참패했다. 그 당시 민주당을 맹렬히 비판했던 국민의힘이 오만한 정치의 전철을 밟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국민의힘은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