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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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초음속미사일·핵잠 둘러본 김정은… ‘5박6일’ 방러 마치고 귀국

집권기간 최장 5박6일 해외 체류
군 비행장·태평양 함대 기지 방문
전투기에 장착 운용 무기 ‘킨잘’
金, 직접 만져보며 관심 드러내
이종섭, 美 기지 방문 때와 유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러 마지막 일정으로 러시아 극동지역 군사·경제 핵심지인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아 광폭 행보를 하고 평양으로 출발했다. 러시아에서 5박6일 일정을 소화하며 집권 후 최장 기간 해외에 체류했다.

17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6일(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 크네비치 군 비행장, 태평양함대 기지를 방문해 북한의 ‘국방 분야 5대 핵심 과업’으로 설정돼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과 핵잠수함 등 전략무기를 둘러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에 있는 아르템 기차역에서 전용 열차를 타고 귀국 길에 오르며 손을 흔들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AP뉴시스

전용열차로 오전 9시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시 인근 아르툠 프리모르스키1역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군부 수행단을 이끌고 크네비치 군 비행장으로 향했다. 통신은 “조로(북·러) 두 나라 관계 발전의 역사에 친선 단결과 협조의 새로운 전성기가 열리고 있는 시기의 방문”이라고 강조했다.

태평양함대로 이동해서는 ‘프리게트함’(Frigate·호위함)인 ‘마샬 샤포슈니코프’호에 직접 오르기도 했다. 통신은 태평양함대 기지를 “각종 수상함들과 전략핵잠수함들을 비롯한 각종 잠수함들, 항공대 등 최신 전략무장 장비들을 갖추고 항시적인 실전 태세인 강력한 해상보루”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현지시간)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크네비치 공군기지를 방문해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이 장착된 전투기를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소개한 무기 중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은 미그-31 전투기에 장착해 운용되는 무기로 러시아의 대표적 전략무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공습에 투입하는 킨잘은 전투기에서 발사해 사거리 2000㎞ 내에서 음속의 10배 이상인 최고 시속 1만2350㎞로 날아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러시아 국방부가 배포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킨잘을 직접 만져보는 등 관심을 보였다.

쇼이구 장관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도 소개했다. 공개된 사진에 Tu-95, Tu-22 등 폭격기가 비행장에 있었는데, 쇼이구 장관은 이들 중 한 기종에 대해 “모스크바에서 일본으로 날아갔다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15일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을 시찰했는데, 이곳에서 러시아가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 Su-57을 살펴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방러 일정에 극초음속 미사일과 폭격기, 전투기 등이 등장한 것은 한·미가 그동안 대외에 과시했던 모습과 유사하다. 지난해 11월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미국을 찾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안내로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방문해 B-52와 B-1B 폭격기에 대해 설명을 듣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지난해 9월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논의차 미국을 방문한 신범철 국방부 차관도 같은 기지에서 B-52의 핵탄두 탑재 부분을 직접 확인한 바 있다.

한·미는 미군 전략자산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면서 연합훈련 강화 등을 통해 북한에 없는 ‘동맹’의 힘을 극대화해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북한도 이에 맞서 러시아 전략무기를 앞세워 양국 간 군사협력 가능성을 강조하고, 또 한·미동맹에 맞설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올해 4월 한·미 확장억제에 관한 워싱턴선언이 나온 뒤 내놓은 ‘입장’에서 “우리의 자위권 행사도 정비례해 증대될 것”이라며 ‘정비례 원칙’을 대남·대미 기조로 거듭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군 비행장 및 해군기지를 방문 뒤 발레극 '잠자는 숲의 미녀'를 관람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7일 보도했다. 뉴시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저녁 마린스키 극장에서 발레극 ‘잠자는 숲의 미녀’를 관람하는 등 연성 일정도 소화하는 여유를 보였다. 극장에는 경제 분야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 최선희 외무상, 오수용·박태성 당 비서와 러시아 천연자원부 장관, 연해주 주지사 등이 동석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17일 김 위원장이 전용 열차로 북한을 향해 출발했다고 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냉전시대에 소련은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는 북한을 지원했지만, 전략무기 분야에서는 협력하지 않았다”며 “이번 방러를 통해 북·러 관계는 냉전시대의 동맹을 넘어서는 전면적 전략적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예진·박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