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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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노이주, 美 최초 현금 보석금제도 폐지…왜?

미국 일리노이주가 이번달 18일 미국 50개 주(州) 중 최초로 현금 보석금 제도를 전면 폐지했다.

 

17일(현지시간) 미 NBC방송에 따르면 이날 이후 일리노이주에서는 피고인을 재판 전까지 원칙적으로 구속하지 않는 것으로 하고, 보석금 대신 판사 심리를 거쳐 재판 전 구금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판사는 도주 우려가 있거나 공공 안전에 큰 위협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 구속 재판을 명령할 수 있다. 

 

이는 앞서 올해 7월 일리노이주 대법원이 현금 보석금 제도를 폐지하는 ‘세이프티(SAFE-T)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세이프티법은 당초 올해 1월1일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대법원 심리로 보류됐다.

 

불구속 재판이 원칙인 한국과 달리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재판 전 석방을 위해 보석금을 내야 한다. 일례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조작 혐의로 기소되자 구치소에서 보석금 20만 달러(약 2억6000만원)를 내고 풀려났다. 

 

미국 수감정책계획(PPI)의 올해 3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전체 수감자 190만명 중 재판을 기다리는 수감자만 42만7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PI 제공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미국의 보석금 제도가 국제적으로 드물며, 이 제도 때문에 미국의 수감률이 타 선진국 대비 훨씬 더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 비영리 싱크탱크 수감정책계획(PPI)이 올해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은 10만명 중 565명 꼴로 수감 중이며, 전체 수감자 약 190만명 중 재판을 기다리는 수감자만 42만7000여명에 달한다.

 

PPI는 지방 교도소 수감자 10명 중 8명은 이처럼 유죄 판결을 받지 않는 사람이라며 “연방 교도소보다 시설이 작고 열악한 지방 교도소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석금 제도는 미국의 오랜 논쟁거리다. 앞서 뉴욕주도 2019년 경범죄를 위주로 보석금을 폐지했다가 2022년 중간선거 때 보석금제 폐지가 범죄율 증가의 원인이라는 공화당의 질타에 결국 개혁안을 상당 부분 수정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보석금 개혁이 범죄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뉴욕 싱크탱크 브레넌 정의센터의 스테파니 윌리 연구원은 “전국적인 추세에 따른 범죄율 변화에 대해 보석금제 개혁이 그 원흉으로 잘못 지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리노이주 쿡카운티의 킴 폭스 검사는 “피고인의 지불 능력은 위험도와 관련이 없다”며 일리노이주는 보석금제 폐지로 “(피고인의) 위험성을 판단할 때 재력을 고려하지 않게 됐다”고 평가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