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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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컵 보증금제 일회용이었나… 환경부, 전국 시행 방침 철회 검토에 제주 반발

제주, 일회용 컵 반환율 70%
오영훈 지사 “반환경적 시도”

환경부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 철회를 검토하면서 어렵게 제도를 정착시켜 나가던 제주도가 반발하고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18일 도정현안 공유 티타임에서 “제주도민과 공직자, 점주들의 노력과 참여로 환경을 지키기 위해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대한 반환경적 시도에 분노하며 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오영훈 제주지사. 제주도 제공

오 지사는 “제주도와 세종시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범 사업지로 선정된 이후 상당히 성공적으로 제도가 안착되고 있는데, 보증금제 시행을 유보시키려는 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반환경적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오 지사는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지방자치단체가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자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법률 근거를 포함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제주도 차원에서 국회와 환경부에 법률안 개정에 반대 입장을 명확하게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제주에서 온 힘을 기울여서 만들어나가는 모델을 함부로 평가해 재단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반대할 것”이라며 “관련 부서에서는 입법 추진 움직임에 대해 항의의 목소리를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환경부는 지난 12일 “현재 국회에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지자체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며 “시행지역의 성과와 지자체 현장 의견 등을 바탕으로 향후 추진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감사원은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된 만큼 자원재활용법 취지에 맞게 전국 시행 확대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감사 결과를 내놨는데, 주무 부처인 환경부가 아예 전국 의무 시행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제주도 “전국 시행 계획 마련·형평성 해소 등 개선 촉구”

 

제주도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전국 시행 계획안(로드맵)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으려면 보증금 300원을 음료값과 함께 결제했다가 나중에 컵을 반납하면 돌려받도록 한 제도다.

 

지난해 12월 2일부터 제주·세종에서 우선 시행하고 있다. 2025년 전국으로 시행하도록 계획돼 있다.

 

시행 초기 관광객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제주에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정착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많았지만 행정 관청의 강력한 의지와 환경보호라는 도민·관광객의 호응으로 일회용 컵 반환율을 70%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내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 일회용 컵 반환율은 지난 6월 38%에 그쳤지만 7월 53%, 8월 64%에 이른 뒤 최근 70%대까지 올라섰다. 9월 현재 반환량은 하루 평균 2만6808개다.

 

제주도는 보증금제 시행 초기 형평성 논란과 일부 매장에서 보이콧 선언 등 어려움이 있었으나, 지난 4월 점주협의회 동참선언 이후 참여 매장이 늘어나면서 현재 대부분의 매장이 제도를 이행하고 있다.

 

참여 대상 매장 502곳 중 미이행이 확인된 9곳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제주도는 또 조례 개정을 통해 프랜차이즈 사업자(전국 100개 이상 매장 보유)에 한정된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의무 대상 사업장을 지역 브랜드 매장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 등까지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일회용컵 보증금제 선도 지역인 제주도는 해당 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형평성 해소, 컵 반납과 라벨 부착 불편 해소를 위한 이행방식 개선 등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일부 가맹점에만 제도가 적용되면서 형평성과 실효성 문제가 지적돼온 만큼 지자체 조례로 보증금제 적용 대상 매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개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제주도는 시행령 개정에 맞춰 일회용컵 사용량, 매출 규모 등 객관적인 자료와 현재 의무 대상인 프랜차이즈 매장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조례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 매장의 컵 반납 의무를 경감하고 소비자가 어디서든 손쉽게 컵을 반납할 수 있도록 공공반납처를 대폭 확대하는 한편, 매장에서 일일이 라벨을 구매·등록·부착하는 복잡한 이행방식도 환경부와 협의해 보완책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양제윤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탈플라스틱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나아갈 방향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탈플라스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이라면서 “제도 이행 과정에서 도민 불편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정책이 성공할 수 있어 환경부와 협력해 제도를 최대한 빠르게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