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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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대회서, 집에서’… 소중한 생명 구한 소방관들

체육대회에 선수로 출전한 소방관과 휴무일 자택에서 쉬던 소방관이 갑작스러운 심정지 등으로 위기 상황에 부닥친 이들을 잇달아 구조했다.

 

18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주말인 지난 16일 익산시 국민생활체육관에서 열린 ‘익산시장배 동호인 탁구대회’에서 익산소방서 팔봉119안전센터 소속 김태용(42) 소방장이 경기 도중 갑자기 심정지가 발생한 선수를 상대로 심폐소생술을 신속히 실시해 소생시켰다.

 

전북 익산소방서 팔봉119안전센터 소속 김태용(42·왼쪽) 소방장과 전북소방본부 119안전체험관 소속 남기엽(46) 소방위. 전북소방본부 제공

김 소방장은 당시 지역 선수로 참가해 탁구 경기를 벌이던 중 바닥에 쓰러진 한 선수 주변으로 참가자들이 모이며 “119를 불러달라”는 외침을 듣고, 응급상황임을 인지해 곧바로 달려갔다.

 

김 소방장은 당시 바닥에 쓰러진 60대 남자 선수가 의식‧호흡이 없는 심정지 상태임을 확인하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뒤이어 현장에 있던 원광대병원 직원과 가슴 압박을 교대로 한 뒤 체육관에 비치된 자동심장충격기를 이용해 전기충격을 가하자 호흡을 되찾으며 의식을 회복했다.

 

이 선수는 이어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의 응급처치를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소방장은 인명구조사 2급, 잠수기능사 등 자격을 소지하고 있으며, 2009년 8월 화재진압대원으로 임용된 이후 현재 구조대원으로 근무하며 다수의 인명구조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 소방관은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달려가 응급처치했을 것”이라며 “언제, 어디서나 도민의 안전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전주시 송천동 한 아파트에 사는 소방공무원 남기엽(46) 소방위는 비번으로 자택에서 쉬던 중 같은 단지 내 거실 밖 베란다에서 아래로 투신하려던 한 시민을 구했다.

 

남 소방위는 당일 오전 6시50분쯤 자기 아파트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듣고 창밖을 내다보다 20대 한 여성이 같은 아파트 16층 베란다 밖으로 신체의 절반가량이 나와 거꾸로 매달려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 여성의 몸에서는 깨진 유리에 다친 듯 피가 떨어지고 있었고, 집 안쪽에서는 그가 밖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누군가 다리를 꽉 붙잡으며 버티고 있는 듯 보였다.

 

남 소방위는 망설임 없이 그 집으로 달려가 초인종을 눌렀으나 응답이 없었다. 다급해진 남 소방위는 아랫집으로 내려가 위기 상황힘을 설명한 뒤 베란다 난간을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 난간에 매달려 있던 여성을 집 안으로 밀어 넣어 구조했다.

 

이후 소방대원들이 출동했고 여성은 건강에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소방본부 119안전체험관 소속인 남 소방위는 2008년 1월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돼 15년간 긴박한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거나 인명을 구조해 왔다.

 

그는 앞서 2021년 순창소방서에서 근무하던 당시에는 퇴근길에 전주 완산칠봉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목격하고 119에 신고한 뒤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과 함께 산불을 진화하기도 했다.

 

남 소방위는 “오랜시간 높은 곳에서 거꾸로 매달린 상태로 있기가 힘들기 때문에 무조건 빠르게 여성을 구조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다시 생각해 보면 15층이나 되는 높은 아파트 베란다 밖에서 난간을 타고 위층으로 올라간 상황이 아찔하다”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