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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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찰 현장 인력 증원, 치안 대응 사고 면책 입법도 필요하다

경찰이 어제 경찰청 생활안전국과 교통국을 생활안전교통국으로 통합하고 범죄예방대응국을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서울 신림동과 분당 서현역에서 잇달아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 등 이상동기범죄로 시민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치안 현장 인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경찰은 조직 개편을 통해 확보한 본청과 시도청 인력 2900여명을 일선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치안을 책임지는 파출소와 지구대 인력을 늘리는 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반길 만한 일이다.

제복 입은 경찰관이 공원이나 학교 주변, 지하철역 등 거점지역을 순찰하는 것만으로도 범죄예방 효과가 적잖다. 다만 전국에 지구대·파출소가 2000개가 넘는 상황에서 이번에 확보한 인력이 충분한 것인지 의문이다. 4교대 근무를 감안하면 2900여명으로는 두 팀에 1명을 늘려주기에도 벅찬 숫자다. 경찰 내 수사·정보 등 분야의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연말에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으면 추가 인원 확보는 더더욱 어렵다. 오죽 급했으면 충분한 협의도 없이 의무경찰 제도 재도입 같은 방안이 나왔겠는가. 충분한 치안 인력 확보는 장기적인 과제가 될 수밖에 없는 만큼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치안 현장 경찰관의 초동 대응 능력부터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 경찰 내에서는 지구대와 파출소를 ‘갈 곳이 없어 가는 곳’, ‘사고 치면 보내는 곳’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러다 보니 발로 뛰어야 할 젊고 실력 있는 경찰관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달 기준으로 전국 지구대와 파출소의 계급별 인원 비율을 보면 간부급인 경위와 경감, 경정이 52.1%로 절반을 넘는다. 한적한 골목길에 순찰차를 세워 두고 휴식을 취하는 경찰들 모습을 국민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치안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선 경찰관이 현장에서 위축되지 않고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과잉 대응으로 몰려 감찰이나 소송에 휘말릴까 봐 물렁하게 대응하다 보니 피의자들이 공권력을 우습게 보고 아예 경찰관에게 덤벼들기까지 하는 것 아니겠는가. 저위험 권총 지급 같은 방안도 필요하겠지만 경찰관이 위급 상황에서 바로 진압장비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사고 발생 시 면책권을 보장하는 법적·제도적 근거를 확실히 마련해 줘야 한다. 그래야 ‘권총은 쏘는 것이 아니라 던지는 것’이라는 자조가 나오지 않는다. 공권력이 엄정해야 치안이 제대로 확보되고 국민이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