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회동해 오는 11월 양국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과 설리번 보좌관이 16∼17일(현지시간) 몰타에서 만나 “양국이 중·미 관계의 안정과 개선에 관해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전략적 소통을 했다”고 18일 밝혔다.

외교부는 양국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달성한 공동 인식을 지속적으로 이행하고, 고위급 교류를 유지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가 넘을 수 없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며 “미국은 중·미 3개 공동성명을 준수하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는 중국의 종전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외교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세와 우크라이나, 한반도 등 국제·지역 문제에 관해서도 토론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17일 양측이 “미·중 양자 관계 주요 현안,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 등 글로벌 및 역내 안보 현안을 논의했다”며 “양측은 전략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향후 몇 개월간 미·중 간 추가 고위급 접촉과 주요 분야 협의를 추진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동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뤄졌다. 뉴욕에서 19일부터 진행될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에 왕 부장이 불참해 양국 정상회담이 불발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지만, 이번 회동으로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커졌다. 미·중 양국 모두 정상회담을 통해 두 나라 관계를 안정화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북·러 관계가 밀착하자 양국 정상 간 만남 필요성이 더 커진 측면이 있다.
미·중 정상회담 모색과 관련한 ‘추가 고위급 접촉’은 지난 6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뤄질 왕 부장의 미국 방문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설리번 보좌관과 회담을 마친 왕 부장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다음 달로 예상되는 양국 정상회담 조율 등을 위해 러시아로 향했다. 왕 부장과 라브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의 방러 관련 내용과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