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 마르소, 피비 케이츠, 브룩 쉴즈.
198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이들의 가슴팍에 보석처럼 박혀있는 이름들이다.
‘책받침 여신들’. 교실은 ‘여신 3인방’의 사진으로 전면을 채운 책받침이 점령했고, 거리는 온통 셋의 사진을 확대한 브로마이드가 넘쳐 났다.
이들은 당대 청춘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다. 팬들은 그 아름다움을 소비하면서 젊음의 빛나는 생명력을 한껏 누렸다.
그렇다. 이들은 그토록 빛이 났었다. 그 때 그 시절 배우나 가수들은 컴퓨터그래픽(CG) 기술 없이 오롯이 스스로 뿜어내는 매력만으로 스크린이나 무대를 장악했다. 40여 년이 흘렀어도 우리 가슴을 뛰게 했던 이들이 여전히 50, 60대 우상으로 군림하는 이유다.
작가 김상우는 화보나 책받침, 그리고 영화잡지 ‘스크린’ 등으로 접했던 ‘여신 3인방’을 화가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캔버스에 불러온다.
오래된 앨범 속 사진을 꺼내 보듯, 그의 그림을 통해 그 시절 그 곳으로 아스라한 추억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젊은 날의 노트’라는 주제를 내걸고 26일까지 대구 봉산동 동원화랑에서 열고있는 김상우 개인전을 찾아가면 된다.
김상우는 극사실주의를 추구하는 작가다. 그의 작품들 가운데는 유명 인사들의 초상이 많다. 오드리 햅법, 마이클 잭슨, 매릴린 먼로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한국의 간판급 갤러리들과 협업해왔다. 갤러리 현대나 조현화랑, 포커스갤러리 등이다. 지난해에는 갤러리 현대와 두가헌 갤러리에서 ‘매릴린 먼로 60주기 기념전’을 열었다. 두가헌 갤러리는 갤러리 현대 박명자 회장이 직접 기획해 꾸미는 공간으로 박수근, 천경자 등의 전시를 열던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