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오산시와 오산시의회의 ‘진흙탕 싸움’에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자치제의 존립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시의원들이 선거철만 인사하고 다닌다”는 시 체육회장의 발언이 단초가 된 이번 사태로 양측의 갈등이 격화하며 시정이 사실상 멈춰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18일 오산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열린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성길용 시의장은 권병규 시 체육회장의 도를 넘은 발언을 문제 삼아 ‘무기한 정회’를 선언했다. 성 의장은 이권재 시장의 재발 방지 약속과 이 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권 회장의 사퇴를 정상화 조건으로 내걸었다.
성 의장을 포함한 5명의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퇴장했고, 나머지 2명의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과 이 시장만 본회의장에 남았다. 이후 시장과 시의회 간 반박 기자회견이 이어지며 갈등의 골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38건의 조례안을 포함한 임시회 안건도 모두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이 가운데는 경기도형 긴급복지사업(8억4000만원), 기초생활보장 급여(6억4800만원) 등의 예산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의회가 정회를 선언한 발단은 시민의 날 체육대회장에서 불거진 권 회장의 발언이었다. 그는 9일 열린 행사 대회사 도중 “체육회 예산을 삭감한 시의원들을 왜 내빈으로 소개하냐”며 “시의원들은 선거철만 인사하고 다닌다”는 발언을 했다. 이는 시의회가 추경안에 상정된 체육회 예산 3건 가운데 워크숍 행사 예산 1100만원을 삭감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에 모욕감을 느낀 시의회는 11일 여야 의원 전원이 참여한 기자회견을 열고 권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권 회장은 반박 회견을 열어 “의원들은 공부 좀 해야 하고 무식한 사람들”이라며 “시의회는 매년 수천만원의 예산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온다”고 재차 비난했다.
정회 선포로 시정이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이 시장도 독기를 뿜었다. 그는 “시의회로서 존재 가치가 없다”며 “내일부터 시의원으로 대우하지 않겠다”고 맞불을 놨다. 그는 잇달아 성명을 내고 명분 싸움에 나선 상태다.
반면 시의회는 18일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시장의 책임론을 거듭 거론했다. 시의회는 “혈세에 의존하는 시 체육회가 삭감된 예산을 두고 시의회를 공개 비난했다”는 입장이다.
양 측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2일에는 이 시장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 온 오산도시공사 설립안이 시의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주도로 보류됐고, 지난 3월에는 이 시장 측 추경안이 삭감되며 막말이 오가는 등 일주일 이상 시정이 사실상 중단됐다.
오산시·의회 진흙탕 싸움에 민생시정 사실상 중단 사태
시체육회장, 예산 삭감 반발 의회 비난
시의회, 체육회장 사퇴 촉구… 정회 선포
이권재 시장 “시의회 존재가치 없다” 가세
긴급복지사업 등 조례 38건 폐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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