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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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직 2900여명 현장 투입 등 조직 개편… 경찰, 범죄예방국 만든다

경찰, 조직개편안 발표

정책수립·상황대응 유기적 연계
18개 시도청 등에 대응과도 신설

최근 흉기난동 등 치안 우려 확산
강력팀 등 인력 전환 순찰팀 확보
인력 재분배 실효성 우려 목소리

최근 흉기난동 사건을 비롯한 이상동기범죄로 치안 우려가 높아지면서 경찰이 일선현장 인력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경찰 내부의 행정관리직 인원 2975명을 빼내 범죄예방 기능에 재배치한다. 다만 인력을 재분배하면서 지역경찰 업무 과중은 해소하지 못하고, 형사·외사 등 기존 업무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청은 18일 경찰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직개편안이 통과돼 국무회의 등을 거쳐 내년 인사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청과 시도경찰청, 경찰서 관리 인력을 줄여 기동대 등에 추가 배치하고 지역 경찰을 담당하는 범죄예방대응국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사진=연합뉴스

우선 경찰청에 ‘범죄예방-지역경찰-112상황’ 기능을 통합해 범죄예방과 대응을 총괄하는 범죄예방대응국이 신설된다. 18개 시도청과 259개 경찰서에는 범죄예방대응과가 만들어진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그간 시도경찰청마다 자치경찰부를 만들고 생활안전부와 112상황대응 부서를 분리시켜 업무가 분산되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번 개편은 112신고 대응과 지역 경찰관 5만명 관리 업무를 한 곳에 통합하겠단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관리 업무 위주 부서들의 통폐합과 내부 행정관리 인력 감축 등을 통해 총 2975명의 인력을 치안현장에 재배치할 방침이다. 이 중 시도청 범죄예방대응과 소속으로 2600여명 규모의 기동순찰대(28개대)를 편성해 다중밀집장소나 공원·둘레길 등 범죄취약지에 집중 배치한다. 나머지 229명은 여성청소년 부서로 통합된 스토킹·가정폭력, 아동학대, 신상정보등록자 관리, 피해자 보호 업무 등의 특별예방 기능 강화에 투입한다.

 

또한 시도청과 경찰서 강력팀 일부 인력을 전환해 1320명 규모의 권역별 형사기동대(16개대)를 꾸린다. 경찰은 중심지역관서 등 지역경찰 운영 개선을 통한 순찰인력(3200여명)과 기존 기동대·특공대 활용 인원(1900여명)까지 더하면 총 9000명 이상의 순찰인력이 확보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가용 인력이 늘지 않아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적잖다. 서울 한 파출소 관계자는 “현재 지역경찰이 인원도 없는 상황에서 도보순찰까지 강화해 업무 압박이 심하다”며 “이 업무를 기동순찰대로 전환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는 우리대로 집중도보순찰을 계속 유지하는 식이면 힘들기는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범죄예방과 수사기능을 함께 맡긴 형사기동대가 실효성을 거둘지도 의견이 갈렸다. 형사기동대에 우범지역 집중 순찰과 폭력전과자 관리 등을 맡기면서 일선 경찰서 강력팀 인원의 18% 정도가 감축될 예정이다.

 

서울 지역의 한 경찰 간부는 “기존에 발생하던 사건에 맞춰서 형사 인력이 배치돼 있는데 이 인원을 빼서 굳이 범죄예방 활동 인력으로 만든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차라리 형사기동대 인원까지 사건 처리를 맡겼다면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청이 18일 잇따른 흉기난동 사건 등으로 인해 제기된 민생 치안 등 현장 대응력 강화책으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안을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경찰서의 모습. 최상수 기자

염건웅 유원대 경찰학부 교수도 “이쪽 돌 빼서 저쪽 돌에 박는, 결국 인력 부족을 드러내는 개편안”이라며 인력 충원이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 염 교수는 “지역경찰 업무가 112신고에 맞춰져 있던 상황에서 순찰 중 범인을 잡아 검거하는 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현장으로 인원이 집중되는 만큼 해당 인력이 기존에 담당하던 업무는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찰청 생활안전국과 교통국을 생활안전교통국으로, 수사국과 사이버수사국이 수사국으로, 형사국과 과학수사관리관은 형사국으로 통합된다. 공공안녕정보국(치안정보국으로 개편)과 외사국은 1개과씩 축소된다. 김상운 대구가톨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외사범죄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소속 과를 상당히 축소했다”며 “치안 현장 대응만 강화하다 허점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유빈·조희연·윤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