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서울학생인권조례’ 파행… 시의회 여야 리더십 부재

발의 폐지안 교육위 회부에 여야 대립
野 위원장 “안건 정리 필요” 상정 거부
與 대표, 위원장 불신임 강행에 ‘자중지란’
재선 의원 “대표가 지르고는 수습은 뒷짐”

제320회 서울시의회 임시회가 지난 15일 막을 내린 가운데, 시의회 여야가 결국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에선 안건 상정을 놓고 여야 시의원들 간 고성이 오갔고 급기야 위원장 의사봉을 손에 쥐려는 힘싸움까지 벌였다.

시의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은 야당 소속 교육위원장을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시도까지 하는 등 극한의 정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18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김현기 시의회 의장이 지난 3월13일 발의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은 이틀 뒤 교육위에 회부됐다. 이후 조례안 폐지·개정 논의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공전했다.

‘서이초 사건’을 비롯해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면서 학생인권조례를 손봐야 한다는 여론에 불이 붙었지만, 시의회에선 정작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임시회 교육위에서도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안건 상정을 요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승미 위원장은 폐지 조례안과 함께 개정 조례안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상정을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이 위원장과 국민의힘 위원들이 서로 의사봉을 끌어당기고 고성과 삿대질을 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공개돼 빈축을 샀다.

교육위에서 폐지 조례안 처리가 여의치 않자 국민의힘 최호정 대표의원(원내대표)은 이달 초부터 이 위원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불신임안’을 강행하고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안은 지난 7일 열린 국민의힘 긴급의원총회에서 격론 끝에 이튿날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76명 전원이 시의회 본관 앞에서 이 위원장을 규탄하는 행사를 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국민의힘에선 이 위원장의 교육위원장직을 박탈하기 위해 시의회 기본조례를 개정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위가 파행을 거듭하는 동안 여야 대표의원들은 소통·교섭력을 보이지 못했다. 특히 협치를 뒤로하고 야당 위원장 교체를 추진한 최 대표의원 등 여당 원내 지도부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오는 22일 지방자치법 개정안 시행으로 시의회 교섭단체가 법적 기구로 거듭난다. 전체 의석의 3분의 2가 넘는 거대 여당을 이끄는 최 대표의원에게 그에 걸맞은 협상력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국민의힘 소속 한 재선 시의원은 “야당에 강하게 질러 놓았으면 무슨 방도가 있던가 수습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갈등이 극심한 교육위 대신 새로운 여야 논의의 장이 될 것으로 보였던 ‘서울특별시의회 인권·권익향상 특별위원회’도 ‘반쪽 특위’로 전락했다. 민주당이 특위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송재혁 대표의원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양당이 합의한 개정안을 만들기 위해 특위를 구성하려고 했다”며 “합리적인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하자고 합의했는데, 국민의힘 특위 위원 면면을 보면 (폐지를 주장하는) 강성 위원들이 대부분”이라고 반발했다.

특위 구성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국민의힘 서호연 시의원은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할지 폐지할지 아직 논의를 시작도 안 해놓고 민주당이 미리 결과를 추측하고 빠진 것 아닌가”라며 “국민의힘만으로도 특위를 운영할 수 있지만, 민주당 시의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