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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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오키나와현, 미군기지 이전 두고 유엔서 정면충돌

오키나와 후텐마 미 공군기지 둘러싼 갈등
美 항공 전력 도심에 주둔… 주민 불만 커

“민의가 상관없은 조치로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 VS “유일한 해결책이다”

 

일본 정부 대표와 지방자치단체장이 유엔 회의장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오키나와 후텐마 미 공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정부와 오키나와현의 오래된 갈등이 국제회의에서 표출되며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도심에 자리잡고 있는 주일미군 후텐마 기지. 위키피디아 제공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다마키 데니 오키나와현 지사가 1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연설에서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현의 기노완시에서 나고시 헤노코로 이전하려는 일본 정부 계획을 반대하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다고 보도했다.

 

후텐마 기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미 해병대 항공 전력이 주둔한 곳으로 도심에 자리잡고 있어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1996년 미국 정부와 후텐마 기지의 반환을 합의한 일본 정부는 1999년 헤노코 이전을 결정했다. 하지만 오키나와현은 기지를 현 바깥으로 옮길 것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어왔다. 이전을 위해 필요한 대규모 매립 공사를 오키나와현이 승인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국토교통성이 시정지시를 내린 것을 두고 법적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4일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국토교통성의 시정지시가 적법하다고 판단해 오키나와현의 대항 조치가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다마키 지사는 1분30초간의 인권이사회 연설에서 “(오키나와현에) 미군기지가 집중돼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며 “(헤노코 이전을 반대하는 결과가 나온) 현민 투표에서 민의가 드러났지만 정부는 새로온 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일본 국토 면적의 0.6%에 지나지 않은 오키나와에 주일미군기지 70%가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대립, 대만 유사시를 대비해 오키나와 남쪽의 난세이 제도에서 방위력 강화 정책을 펼치는 것에 대해서도 “주변 지역의 긴장을 높이는 것으로 평화에 대한 현민의 바람에 부합하지 않는다.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닛케이는 “헤노코 이전을 막을 방법을 찾을 수 없는 가운데 (다마키 지사가) 오키나와의 입장이나 상황을 국제사회에서 호소한 형태”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대표는 “헤노코 이전을 착실히 진행하는 것이 후텐마 기지의 완전한 반환을 가능한 신속하게 실현하는 유일한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또 “오키나와에 미군기지가 있는 것은 지정학적 이유, 일본 안보 상의 필요에 따른 것”이라며 “현민 투표의 결과를 신중하게 수용해 (미·일 정부간에 합의된) 오키나와의 기지 부담 경감을 조기에 실현하기 위한 조치에 전력을 다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