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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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스토킹 살해범’에 집행유예 불가한 보복살인죄 적용 왜 못했나 [뉴스+]

지난 7월 인천 한 아파트서 옛 연인 살해 혐의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 있었지만, 범행 저질러
살인죄는 집행유예 판결 가능, 보복살인죄는 불가
보복 목적 근거 부족… 수사기관, ‘살인죄’로 기소
피해자 측, 재판부에 엄벌 요청 탄원서 제출 계획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전 연인을 살해한 30대에게 보복살인죄가 아닌 살인죄가 적용됐다. 보복살인은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지만 살인은 구체적 양형조건에 따라 집행유예 판결이 가능하다. 피해자 유족은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은 이날 오후 2시30분 살인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0)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한다.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스토킹하던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뒤 자해를 시도한 30대 남성이 지난 7월 28일 인천 논현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지난 7월 17일 오전 5시 54분쯤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 복도에서 옛 연인인 3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B씨가 출근을 위해 집 밖으로 나오자 윗옷 소매 안에 흉기를 숨긴 채 대화를 요구했다. 당시 A씨는 폭행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B씨 주변 100m 이내 접근을 금지하는 법원의 잠정조치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A씨를 보고 공포심을 느낀 B씨는 “지금 와서 무슨 말을 하느냐.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A씨는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2021년 운동 동호회에서 B씨를 처음 만나 알게 된 뒤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며 사귀던 중 집착이 심해졌고, 이별을 통보받자 범행을 결심했다. A씨의 범행으로 B씨는 6살 딸을 둔 채 세상을 떠났다.

 

스토킹범의 살인이었지만 수사기관은 A씨에게 형법상 살인죄보다 형량이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죄를 적용하지 못했다. 본인 수사에 대한 보복 목적으로 죄를 저질렀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 B씨는 사건이 있기 한 달 전쯤 A씨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살인죄와 보복살인죄는 비슷해보이지만 실제 형량을 적용할 땐 차이가 크다. 살인죄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고 보복살인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인데 살인죄는 구체적 양형조건에 따라 집행유예 판결이 가능하다. 다만 보복살인은 어떤 경우라도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할 수 없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과 유족은 이날 재판부에 엄벌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A씨는 유족 측엔 별다른 사과를 하지 않은 채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5일까지 6차례 반성문을 써서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