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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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 미공개, 변호사 투입, 녹음기 설치… 전국 곳곳 '전전긍긍' 교직원 보호책 마련

아동학대와 교권침해 사건이 끊이지 않자, 전국 교육청이 앞다퉈 ‘교직원’ 보호책 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보호책 만들기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정작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4일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천창수 울산시교육청장 교직 단체 대표들이 교직원들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대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 제공

먼저 울산에선 자동녹음전화기가 등장했다. 울산시교육청은 이달 중으로 지역 유치원, 초·중·고교, 특수학교 259곳에 자동녹음전화기를 설치키로 했다. 자동녹음전화기는 통화내용 자체를 녹음한다. 녹음 기능이 있다는 안내를 하기 때문에 교직원 뿐 아니라 학부모, 학생, 아동 모두를 보호할 수 있다는게 울산시교육청 측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한 교원단체는 “단순히 전화만 녹음한다고 교권침해를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교직원 보호를 위해 경기도는 조례를 손봤다.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경기도 학생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개정안)으로 변경 중이다. 개정 예정인 조례에는 학생 및 보호자의 책임과 의무를 규정한 조문이 신설된다. 기존 조례에는 없던 훈육·훈계 부분이 더해진다. 경기도도교육청은 연말까지 도의회 의결을 거쳐 내년 1월 두 조례를 모두 시행할 계획이다.

 

대전시교육청은 법률서비스로 교직원을 챙긴다. 대전지방변호사회와 업무협약을 통해 학교마다 전담 변호사를 정하는 방법으로다. 강원도교육청도 ‘교육활동 분쟁조정서비스’를 도입, 법률분쟁 지원이 가능한 변호사 등 전문인력을 투입한다. 교권침해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분쟁을 조기에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별도로 ‘선생님과 동행하는 더 나은 원스톱 법률지원 서비스’도 추진한다. 형사 고소된 교직원을 대상으로 법률상담과 변호사 동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교직원들이 직접 민원을 받지 않도록 하거나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는 방안도 마련됐다. 교장이 팀을 꾸려 교직원을 보호하겠다고 나선 곳도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학교장이 교육민원대응팀을 만들어 운영한다. 전북에서는 ‘교원 안심 서비스’를 전면 확대한다. 해당 서비스는 교직원 휴대전화 번호를 학생과 보호자에게 공개하지 않고, 대신 다른 방식으로 통화·문자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교육당국의 다양한 교직원 보호책만으로 본질적인 교권침해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광식 울산교사노조 위원장은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일부 대안을 내놓았지만 구체적 매뉴얼이 없다”면서 “일선 학교에 다 떠넘기면서 외려 교사들의 업무를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욱 법무법인 더정성 대표변호사는 “각 교육청에서 내놓는 대안들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아동복지법 개정이 되지 않으면 교사들은 계속 ‘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면 교사가 아동학대의 형·민사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필요하고, 전교조나 교총 같은 단체에서 체계적으로 법률지원 사업을 하는 것도 한 교권침해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이보람 기자, 전국종합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