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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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전용 주차공간 확보하려… 부산시의회, 자동 차단기 설치 논란

부산시의회가 시의원 전용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부산시청 지하 주차장에 자동 차단기 설치에 나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부산시 공무직 노조 등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달부터 1650만원을 들여 부산시청 지하 1층 주차장 재활용품 처리장 옆 2곳에 자동차단기 설치작업을 하고 있다.

자동 차단기 설치공사가 중단된 부산시청 지하 주차장

자동차단기는 미리 입력된 시의원들의 차량번호를 인식해 시의원들의 차량이 출입하면 자동으로 차단기가 개폐되는 시스템이다.

 

차단기 설치공사가 완료되면 시의원들은 의회가 열리는 회기 중에는 차단기 안쪽 전체 주차면 33면을 이용할 수 있고, 비회기 때는 18면을 이용할 수 있다.

 

부산시와 시의회, 부산경찰청 및 민간업체 등 4500여명이 사용하는 부산시청 주차장은 지상 234면과 지하(1~3층) 1070면 등 총 1304면인 반면, 평일 상시 주차장을 이용하는 차량은 1500대에 달하고, 민원인까지 포함할 경우 2500대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오전 8시가 넘으면 주차장의 빈공간을 찾기 어렵다. 그런데 시의회는 통상 오전 10시 열리는 경우가 많아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시의원들이 전용 주차공간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부산시의원은 47명이다. 

 

지금까지 시의원들의 주차편의를 위해 부산시 소속 주차관리요원 10명이 순번대로 오전 8시부터 10까지 차량을 통제하면서 의원 전용 주차공간을 확보했다. 주차관리원들은 여름 무더위와 겨울 추위, 매연 및 민원인들로부터 거친 항의와 욕설 등 3중고에 시달렸다.

시의원들을 위해 확보한 전용 주차 공간

부산시 공무직 노조는 올 초 ‘부산시 소속인 주차관리원들이 부산시와 독립된 시의회 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부산시에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올해 12월까지만 시의원들의 주차 공간 확보 업무를 담당하겠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시의회 관계자는 “시의원들의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해 일정 주차면을 확보하고 다른 차량을 통제하던 주차관리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과 민원 등으로 더 이상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주장해 부산시와 협의를 통해 자동차단기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상수 부산시 공무직 노조위원장은 “부산시에 주차관리원들의 고충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한 것일 뿐, 시의회에 자동차단기 설치를 요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주차관리원들이 (시의원 주차 공간 확보하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해서 자동차단기를 설치하는 것처럼 호도돼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의회가 마치 공무직 노조와 협의를 통해 자동 차단기를 설치하는 것처럼 외부에 알려졌는데, 공무직 노조가 자동 차단기 설치 문제에 관여할 입장이 전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처럼 시의원 전용 주차장 확보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자, 자동 차단기 설치작업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시 전체 1300여면 주차장에 부산시와 시의회, 부산경찰청 직원들이 주차하기 때문에 출근 때마다 주차 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의장을 비롯한 시의원들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만 자동 차단기 설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