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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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일 통계청장 “통계 작성~공표 전 과정 투명·중립성 강화… 신뢰회복 최선” [세계초대석]

저출산 등 묵은 과제 해결 위한 지표 발굴
인과관계 한눈에 보이는 통계 체계 구축
초·중·고 이외 유아 사교육비 통계 추진

인구변화 대응 추계주기 5년→2년 단축
노인정책 뒷받침 포괄 연금통계도 개발
2024년 ‘초거대 AI 통계챗봇 서비스’ 도입

文정부 통계 조작 의혹엔 무거운 책임감
믿고 사용할 수 있는 국가통계 관리 총력
늘어나는 업무량… 조사원 처우개선 노력

통계청이 시험대에 올랐다. 문재인정부 당시 청와대가 통계청에 외압을 행사해 가계동향조사 등이 왜곡됐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발표되면서다. 각종 경제 정책의 출발 지점이 통계라는 점에서 수치 조작은 통계청의 근간까지 위협하는 사안이다. 지난 7월 취임 이후 통계 혁신에 나서고 있는 이형일 통계청장에게 ‘신뢰 회복’이라는 또 하나의 숙제가 주어진 셈이다.

이 청장은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통계 작성 및 공표 등 전 과정에서의 중립성과 투명성 강화를 약속하며 통계청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획재정부에서 차관보 등을 지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복합위기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내수 활성화 대책 등을 주도해 각종 위기를 돌파한 바 있다. 또 경제분석과장 시절 국내 통계 시스템을 엄격히 관리하는 내용의 통계법 개정을 주도해 통계청 체질 개선에서 이 청장은 적임자로 꼽힌다.

이형일 통계청장이 지난 8일 서울 논현동 통계청 나라셈도서관 집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저출생과 연금 등 국가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각종 통계의 개발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이 청장은 통계청의 장기적 과제로 국가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각종 통계의 개발을 꼽았다. 천편일률적인 통계로는 ‘저출생’ ‘연금’ 등의 해묵은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이 청장의 생각이다. 그는 “정책을 추진할 때 데이터가 있어야 하며 이러한 역할을 통계청이 할 수 있다”면서 “원인과 관련한 통계를 모아 ‘인과관계‘가 한눈에 보일 수 있게 체계를 갖춰놓으면 한번에 뭐가 부족한지 보이고 거기에 맞춰 해결책을 찾아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8일 서울 논현동 통계청 나라셈도서관 집무실에서 이뤄졌으며, 이후 지난 18일 추가 인터뷰가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문재인정부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한 감사원 발표가 있었는데.

“통계청장으로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통계 작성·공표 등 모든 과정에서 중립성과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겠다.”

―기재부에서 일할 때 통계청 자료를 많이 이용했을 것 같다. 부족하다고 생각한 지표가 있었나.

“우리나라가 직면한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체계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지표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통계청장이 되니까 그 방법이 보이는 것 같아서 기대 중이다. 우선 올해 말 공개를 목표로 저출산 현황, 저출산 결정요인, 가족정책 등 3개 영역을 기본 틀로 지표를 구성하고자 한다. 인구정책기획단에도 참여해 정책부처의 추진과제에 필요한 통계를 파악해 추가 지표를 발굴할 계획이다.”

―미취학 아동의 사교육비도 저출산 문제와 연결될 것 같은데.

“현재 초·중·고교 사교육비는 조사하고 있지만 유아 사교육비 통계는 만들고 있지 않다. 교육부에서 이제는 유아 사교육비 통계도 필요하다고 요청해 관련 통계를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현재까지 모집단 등 전체를 추정할 수 있는 기초는 갖춰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러한 통계를 만들려면 추가 조사가 필수적이고 예산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육부에서 예산을 받아 대행 통계를 할 계획이다. 2025년에는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유아 사교육비 통계의 첫발을 떼는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통계 시스템에 변화가 생기는 게 있나.

“급변하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인구추계 주기를 기존 5년에서 2년으로 대폭 단축해 시의성 있는 인구추계 결과를 제공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장래인구추계 방법론 연구추진을 통한 추계모형 및 방법개선으로 예측력 및 설명력을 높이려고 한다. 생애주기를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출생, 혼인, 이혼, 사망 4종의 데이터를 상호 연계한 인구동태 코호트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올해 말까지 제공할 예정이다.”

―연금통계를 작성한다고 했는데, 언제쯤 발표하나.

“각 부처의 연금데이터를 통계등록부 기준으로 연계해 개인·가구별 연금 가입·수급 및 미수급 사각지대 현황 등을 파악하는 포괄적인 ‘연금통계’를 작성하는 것이 목표다. 2021년 연금통계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해, 관계 부처·기관 업무협의, 개별 연금데이터 입수·정제 및 연계 작업 등을 실시했다. 통계개발 결과는 9월 중 정책부처 및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치고 국가통계위원회에 보고한 뒤, 올해 10월 말 공표할 예정이다. 연금통계 개발이 노인빈곤 해소 및 노후소득보장 정책 수립 등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방소멸 문제가 대두되며 지역 통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지역 통계의 문제점 중 하나가 시의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3분기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속보치가 10월 하순에 나온다. 이후 12월 초 잠정치가 나오고, 1년 뒤에 확정치를 낸다. 그러나 충청남도 등의 올해 지역내총생산(GRDP)의 경우는 2년 뒤인 2025년에나 나온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자 지역 GDP 속보치를 만들어 예측하고자 하는 시점으로부터 3개월 내에는 발표하려고 한다. 이런 통계들이 지자체에는 격려와 자극이 되는 정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계 작업이 늘어나는데, 인력이 더 필요하지 않나.

“통계청 직원들은 공무원이다. 직원들은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업무 부담은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일을 해보기도 전에 인력 문제부터 이야기하면 요구가 관철되겠나. 일을 먼저 도입하고 인력은 그다음에 요청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홈페이지 등을 통해 다양한 통계를 공개하고 있지만 일반 국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챗봇을 제공하고 있지만, 통계 검색을 지원하는 수준에 불과하고 심도 있는 답변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내년까지 ‘챗GPT’와 같은 ‘초거대 인공지능(AI) 통계챗봇 서비스’를 도입해 초보 이용자뿐 아니라 전문 이용자에게도 보다 빠르고 똑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많은 국민이 통계청 홈페이지에 와서 재밌는 통계를 찾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통계를 한곳에 모은다고 하던데.

“‘통계정보플랫폼 및 원포털’이라는 이름으로 준비 중인데 2028년까지 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통계청이 제공하는 대국민 통계정보서비스는 각각 다른 시기에 구축돼 현재는 10개가 넘는 다수 시스템으로 분산돼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를 예로 들면 국가통계포털(KOSIS), 통계지리정보서비스(SGIS), 마이크로데이터통합서비스(MDIS) 등이 있다. 그런데 이 시스템들은 구축한 지 10년이 넘어 이용자 입장에서 새롭게 설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시스템 구축 비용이 많이 들지 않나.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1년 안에 끝내기 어려운 장기 프로젝트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내년 목표는 일반적인 질문에 적합한 답을 하는 자연어 부분을 완성시키려고 한다. 최종 목표는 국가통계포털을 넘어서 마이크로데이터까지도 AI를 접목하는 것이다. 관련 사업비는 이미 내년 예산안에 반영된 상태다.”

―통계조사원들의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과거 지방에서 통계조사원이 업무 중 차 사고가 나 크게 다친 적이 있었다. 조사원들은 관용차인 경차를 사용하는데 차량이 좀 더 크고 안전한 차였다면 덜 다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관용차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바꾸는 계획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했다. 이외에도 근무 환경 등 개별적 애로를 해결해 드리려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월급을 올려 드리는 것이 최고의 복지겠지만, 이는 국가 예산과 관련된 것이라서 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우선은 피부에 와 닿는 작은 것들부터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물가가 들썩이는 것 같은데, 이와 관련해 통계청의 역할이 있나.

“추석같이 단기간에 대규모로 사람과 물건이 이동하고 성수품을 중심으로 가격이 요동칠 때는 통계치를 더 자주 산출해서 물가 당국의 정책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미 지난 14일부터 성수품 및 외식 등 주요 35개 품목에 대한 ‘일일물가조사’를 실시했고, 이를 오는 27일까지 수행할 예정이다.”

―올해 7월 취임 후 임기 두 달이 지났다. 앞으로의 구상은.

“올해 통계청이 추진하기로 한 과제를 착실히 추진하는 가운데 추가로 제기된 수요에 대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포괄적 연금통계를 통해 ‘연금개혁’과 관련된 생산적 논의를 지원하고 싶다. 아울러 다양한 의사결정 주체가 국가통계를 믿고 기꺼이 정보를 제공하며 신뢰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 조치 강화 등 국가통계 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하고자 한다.”

 

◆이형일 통계청장은…

 

●1971년 대구광역시 출생 ●대구 경상고·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텍사스A&M대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 36회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 경제교육홍보담당관 ●자금시장과장(부이사관) ●경제분석과장 ●종합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대통령정책실 경제수석비서관실 경제정책비서관 ●기획재정부 차관보 ●통계청장(2023.7∼)


대담=우상규 경제부장, 정리=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