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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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대란’ 있다? 없다?… 반응 갈리는 이유 [사사건건]

“주유소는 요소수 없다고 하고 인터넷도 다 취소되네요.” “주유소 가는 데마다 물어보는데 다들 요소수 잘 들어온대요.”

 

중국이 최근 요소 수출 중단을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2의 요소수 대란’ 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시민들 반응은 엇갈린다.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이들이 있는 반면, “품절이라서 구할 수가 없다”는 반응도 있다. 정부와 관련 업계는 “요소수 공급량은 문제가 없지만 일부 시민들의 불안심리와 사재기로 수요가 급증했다”며 “현재로서는 판매 장소와 형태에 따라 수급이 다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19일 오전 11시 서울 광진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3가지 종류의 요소수를 판매하는 선반에 모두 품절 표시가 떠있다. 김나현 기자

19일 찾은 서울 광진구 한 대형마트의 요소수 판매 선반은 텅 비어있었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3가지 종류의 요소수가 모두 품절된 것. 마트 직원 박모씨는 “우리도 팔고 싶은데 없어서 못 판다”며 “원래 이렇게 품절되지는 않는데, 한 번 들어오면 1시간 안에 동이 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마트에서도 요소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요소수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워셔액과 기타 차량용품이 있었다. 마트 직원 이모씨는 “언론에서 요소수 관련 보도가 나간 뒤로 요소수 판매량이 급증해 현재 재고가 없다”고 설명했다.

 

주유소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주유소는 1주일째 요소수가 품절 상태였다. 주유소 직원은 “지난주에 요소수 30통이 들어왔는데 이틀 만에 다 나갔다”며 “추가 주문한지 2주도 더 됐는데 10월에나 받을 수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영등포구 한 주유소에서도 ‘요소수 판매’라는 안내문만 붙어있을 뿐, 정작 판매 가능한 재고는 없었다. 주유소 직원 최모(48)씨는 “(요소수를) 주문은 했는데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2년 전 ‘요소수 대란’ 떠올라 불안”

 

추석 연휴 장거리 운전을 앞두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2년 전 요소수 대란이 재연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카니발 차량을 모는 안모씨는 “10ℓ 넣으면 2000km는 달리니 한 통이면 되는데 걱정이다”며 “요소수 가격도 많이 올라 ‘미리 사뒀어야 했나’ 싶다”고 토로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주유소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정부에서 70일 치 재고가 있다고 했는데, 국민들은 ‘70일 치밖에 없어?’라고 생각해서 미리 더 사두려는 것 같다”며 “정부가 공급선을 어떻게 다변화했는지, 최소 1년 치 계획은 보여줘야 안심할 것 같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공급 제한으로 한정된 수량만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김나현 기자

특히 화물차 운전자들은 요소수 물량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통상 400㎞ 운행하는 데 요소수 20ℓ가 필요하다. 이를 구하지 못하면 화물차도, 이들의 생계도 멈추게 된다. 23년간 25톤 화물차를 몰았다는 김문철(49)씨는 요소수를 대량으로 비축해 놓을 계획이다. 김씨는 “들리는 말로는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이전 요소수 파동 때도 괜찮다고 해서 아무 준비도 하고 있지 않다가 불과 2∼3일 만에 요소수 가격이 폭등했다”며 “당시 요소수를 구하지 못해 한 달간 운행을 멈춘 이들도 있었던 만큼 차주들은 어떻게 될지 불안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요소수를 대량으로 보관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공급 충분하지만…페트병·도심 물량 부족

 

요소수 관련 업계는 “공급량에는 문제가 없지만 일시적으로 수요가 폭증해 발생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요소수 판매 업체 관계자는 “지난 7일쯤부터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주문이 들어와서 현재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10일째 요소수가 품절 상태”라면서 “요소수를 구하지 못할까봐 걱정하거나 재판매를 하려는 이들이 한 사람당 20∼30개씩 사재기하면서 수요가 갑자기 급증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2년 전에는 요소수 생산이 안돼서 판매를 할 수 없던 건데, 지금은 물건이 안 들어오는 건 아니”라고 일축했다.

 

현장에서 요소수 물량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이유는 판매 방식과 장소에 따라 수급이 불균형하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요소수를 판매하는 방식은 10ℓ짜리 페트병에 포장하는 것과 주유소에서 기계식 주입기로 넣어주는 방식으로 나뉜다. 이 관계자는 “페트병은 주문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오고 있지만, 주입기 쪽은 재고가 꽤 많다”며 “페트병은 쌓아뒀다가 사재기하기 용이하지만 주입기는 재판매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판매 장소에 있어서도 “주입기는 요소수 판매량이 많은, 화물차가 많이 돌아다니는 주유소에 설치된다”며 “고속도로 휴게소나 화물 트럭이 많이 다니는 평택, 제천 등에는 주입기가 설치돼 있어서 요소수 물량이 많지만 서울 도심에서는 페트병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물량이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 주유소에는 ‘요소수 판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병입 요소수가 이미 동난 상태였다. 윤준호 기자

◆“매점매석 단속, 가격상한제 도입 필요”

 

이같은 요소수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대중 수입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업계와 정부의 공통된 의견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용 요소 중국산 수입 비중은 2021년 83.4%에서 지난해 71.7%로 줄었다가 올 상반기 90.2%로 반등한 바 있다. 산업자원통상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품질과 가격 면에서 우위를 가진 중국산 요소를 선호한다”며 “대신 충분한 물량을 비축해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70일분의 요소가 비축돼있고, 추가 도입 예정 물량까지 고려하면 내년 2월까지 사용 가능한 양이 확보됐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비축해둔 물량을 풀면 품귀현상은 금방 해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요소수가 전략물자도 아닌데 굳이 해외에서 2∼3배 비싸게 들여와 축적해놓기보다 중국에서 공급이 원활할 때 창고에 몇개월치 더 갖고 있는 방법을 정부가 택한 듯 하다”며 “중국산 비중이 높은 건 맞지만 정부가 저장하는 용량이 많아져서 지금 상태로서는 불안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가 그간 비축했던 물량을 내보내고 유통시스템에 매점매석 등 문제가 있는지 점검하면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과도한 사재기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화물연대 전북지역본부 관계자는 “화물차가 3억 가까이 나갈 정도로 고가이기 때문에 요즘 차주들은 불순물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는 병에 든 요소수를 많이들 구입한다”며 “미리 구비해 두려는 이들이 많아 이미 동난 곳들이 많고 가격도 이전에 비해 10ℓ당 5000∼7000원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전북지역본부의 경우 요소수 파동 이후 안정적 공급을 위해 요소수 제조 업체와 협약을 맺어 놔 걱정이 크지 않다”면서도 “반복적인 대란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면 가격 상한제 등 안정적 공급을 보장해 화물차 운전자들을 안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희연·김나현·윤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