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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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도 “인도 정부 요원의 캐나다 국적 시민 살해는 주권침해”

시크교도 분리주의 독립운동가 니자르 사망 배후 지목

지난 6월 무장 괴한에 총기 피살
사건 연루된 印 외교관 1명 추방
10월 예정 FTA 협상 무기한 연기
G20 회의서도 모디 총리와 신경전
印 “캐나다가 극단주의 세력 용인”

캐나다와 인도가 캐나다에서 벌어진 시크교도 살해 사건을 두고 충돌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8일(현지시간) 하원 연설에서 “(캐나다 국적 시크교도 살해 사건에) 인도 정부 요원이 연루됐다는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며 “캐나다 시민을 살해하는 데 외국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주권 침해”라고 규탄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오타와에 있는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캐나다 외교부는 지난 6월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시크교도 분리주의 운동단체 지도자 하르디프 싱 니자르가 피살된 데 인도 정보 요원이 연루됐다며 주캐나다 인도대사관 정보 담당 외교관 한 명을 추방했다.

당시 시크교 사원 밖 트럭에 타고 있던 무장 괴한에게 총을 맞고 쓰러져 숨진 니자르는 인도가 수년 전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인물이다. 그는 ‘정의를 위한 시크족(SFJ)’을 이끌며 시크교도가 탄생한 인도 북서부 펀자브주 지역을 중심으로 인도와 분리된 시크교도 독립국 ‘칼리스탄(순수의 땅)’을 건국하자고 주장해 왔다.

힌두교와 이슬람 신앙이 융합된 시크교는 1947년 인도 독립 시기부터 별도 국가 건설을 추진했다. 인도 정부는 이런 분리독립 운동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인도는 힌두교도가 다수인 나라다.

1984년 인도 정부는 시크교도 분리주의자들이 성지 사원을 점거한 이른바 ‘황금사원 사태’ 때 무력 진압을 통해 3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았다. 인도 정부가 1990년 시크교도 반란을 완전히 진압하자 신자들은 해외로 근거지를 옮겼다. 특히 캐나다는 인도를 떠난 시크교도가 집중적으로 몰려든 곳이다. 현재 캐나다에 77만명 이상의 시크교도가 거주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지난 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쥐스탱 트뤼도(왼쪽) 캐나다 총리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델리=로이터연합뉴스

트뤼도 총리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9∼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트뤼도 총리는 “G20 회의에서 모디 총리에게 분명한 용어로 이번 사건에 대해 직접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는 당시 회의에서 대부분의 회원국 정상과 양자 회담을 했지만 캐나다는 뺐다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전했다. 인도 총리실은 9일 “트뤼도 총리가 캐나다 내 극단주의 세력(시크교도)을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파국으로 치닫는 양국 관계에 내달로 예정됐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무기한 연기됐다. 캐나다와 인도는 10년 만인 지난해 3월 FTA 협상을 재개해 연내 협정 체결을 추진했다. 캐나다 무역부는 15일 구체적인 이유 없이 협상 대표단의 인도 파견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에 주요 외신은 시크교도 문제가 발단된 것으로 분석했다.

FTA가 무산돼도 경제적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와의 교역액은 전체의 0.87%에 불과했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