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활고로 인해 성매매의 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첫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저에게 각종 폭력과 여러 차례의 감금, 가스라이팅을 하였고 도망도 못 가게 했다. 그를 고소했지만 법의 처벌은 너무나 약했고, 형사도 판사도 가해자 편이었다. 법이란 피해자를 위해 있는 것인 줄만 알았던 신념이 무너졌다. - 자활참여자 A씨
#2. 한때는 매매니까 한 사람은 모두 처벌받는 게 당연하다고 여긴 적도 있다. 누군가의 신고로 구매자와 함께 경찰서에 잡혀 들어가서 아침을 맞았을 때도, 신고한 사람을 욕할 뿐 달리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경찰이 구매자에게 출근 시간이 늦지 않을 거라며 안심시키면서 나에게는 배려를 베풀지 않았을 때도 그게 잘못된 것인지도 몰랐다. - 자활참여자 B씨
#3. 성을 사고 여성을 착취하는 사람들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커피숍보다 성매매 업소가 더 많은 이 나라에서 성매수는 부끄럽지 않은 일이다. 들키면 그저 여자친구나 와이프와 싸우게 되는 운 나쁜 일이다. 업주에게 성매매는 자신이 성매매 여성들을 관리하고 거느리고 있다는 하나의 이야깃거리다. 그러나 착취를 당하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부끄러워하고 숨겨야만 하는 삶을 산다. - 자활참여자 C씨
성매매여성 자활지원센터 참여자들의 목소리다. 19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광장에서 수원여성인권 돋움 활동가들에 의해 탈성매매 여성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대독됐다. 이날 반성매매여성인권단체, 성매매피해지원기관, 여성폭력피해지원단체 등 총 242개 여성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가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지 않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성매매처벌법 개정을 촉구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200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성착취 카르텔 해체, 이제는 성평등 모델”을 외치며 연대발언과 행진을 이어갔다. 이들은 시종일관 국가를 향해 ‘성매매 산업에서 가장 피해를 입은 사람과 가장 이득 본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날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는 공동행동 결의문에서 “성매매방지법은 시작부터 반쪽짜리였다”며 “성매매를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보면서도 성매매여성을 ‘자발적’ 성매매행위자와 성매매피해자로 구분하고 성매매여성 처벌 조항을 남겨두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가 없는 성인 여성이 성매매피해자로 인정받으려면 ‘위계·위력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당해야 하는데, 대한민국 법원에서 ‘위계’, ‘위력’이 인정된 사례는 거의 없다”며 “업주나 매수자에게 폭행을 당해도, 성매매 과정에서 불법촬영을 당해도, 성매수자에게 강간을 당해도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했으니 ‘피의자’ 조사를 받으라고 요구되고 처벌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1979년 채택된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은 모든 국가에서 성매매여성을 비범죄화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모든 여성이 성매매하지 않아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성매매·성착취의 책임을 가해자에게 제대로 묻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또 다른 자활참여자 D씨의 말은 다음과 같이 전해졌다.
“누군가 나에게 타임머신을 타고 처음 그 일을 선택한 시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내 대답은 NO이다. 그 당시 난 불법 추심으로 밤낮 시달리고 있었고, 가족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고 협박당하고 있었다. 자발적 성매매 혹은 비자발적 성매매를 구분 지어 논하기 전에 사회 구조와 법을 바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