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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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창작자·이용자 모두에 피해 가는 규제법안 될 것”… ‘검정고무신 사태 방지법’ 향한 각계의 우려

‘관련 콘텐츠 산업 위축시켜 플랫폼뿐 아니라 창작자와 이용자 모두에 피해가 가는 규제 법안이 될 것’
지난 18일 국회 이상헌 의원실(더불어민주당)과 이용 의원실(국민의 힘)이 공동주최하고, 한국웹툰산업협회, 한국영화관산업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공동주관하는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환경 조성 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공. 뉴시스

 

고(故) 이우영 작가의 사망을 계기로 발의된 이른바 ‘검정고무신 사태 방지법’,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 제정안(문화산업공정유통법)이 애초 취지와는 다르게 플랫폼뿐 아니라 창작자와 이용자 모두에 피해를 주는 법안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사실상 해당 법안을 주도한 문화체육관광부를 제외하고 다른 정부부처(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산학계가 일제히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환경 조성 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토론은 국회 이상헌 의원실(더불어민주당)과 이용 의원실(국민의 힘)이 공동주최하고 한국웹툰산업협회, 한국영화관산업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공동주관했다.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은 앞서 문체위 전체회의는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가 불발되면서 문체위에 다시 계류 중이다.

 

이날 이규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와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발제를 맡아 각각 사법적 관점, 산업적 관점에서 해당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 이 법안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문화 산업의 정의가 지나치게 광범위한 규제 법제라는 것”이라며 “문화 산업, 예술 사업자에 대한 정의가 지나치게 포괄적이 뿐 아니라 예술인 권리 보장법, 상생 협력법, 방위산업발전법 등과 중복된다. 문체부의 규제역량에 비해 규제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언급했다.

 

전 교수는 “플랫폼의 가치는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계속 잘 반영하는데 있는데, 정부가 개입할 경우 작가 등 콘텐츠 창작자, 제작, 플랫폼 모두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라며 “플랫폼의 원천적인 비즈니스 모델 내지 플랫폼의 속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웹툰산업협회 서범강 웹툰산업협회 회장,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리더, 곽은경 컨스머워치 사무총장이 참여해 ‘해당 법안이 산업을 위축시켜 플랫폼뿐 아니라 창작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피해가 가는 규제 법안이 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곽 사무총장은 해당 법안에 관해 “플랫폼 입장에서 부담이 증가하게되면 신규 창작자보다 성공 가능성 높은 쪽에 투자하게 된다”며 “소비자들이 즐겨 찾고 있는 문화 콘텐츠들의 다양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또한 “창작자가 잘 되고 못 되고는 유통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가 결정하는 것이며 웹툰이 재미없으면 게임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아울러 요즘 해외에서 우리나라 문화콘텐츠에 대한 팬덤이 높은데, 규제로 인해 업계가 위축되면 해외 팬들도 외면할 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법안의 취지는 좋지만, 부작용만 일으키는 규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 리더는 “OTT, 게임, 웹툰 각각의 문화 상품은 각각에 대한 문화 상품은 그 상품에 대한 특수성이 있으며, 그 특수성을 반영을 해 거래행외, 계약 행위의 차이점이 존재한다”며 “이러한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획일적이고 경직된 규제 적용이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고, 제작 시장, 유통시장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용자에 대한 복지 부분까지도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서 회장은 “웹툰 과거 1인 작업을 통한 창작 시스템의 특징이 많이 부각되었으나 웹툰 산업의 규모가 점점 확대됨에 따라서 최근에는 팀 단위의 제작이나 웹툰 제작사를 통해서 전문적으로 체계를 갖추며 분업화 되고 전문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는 웹툰 기업이 창작의 영역으로도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하며, 이젠 작가와 기업, 독자에 대한 관계가 상하 지위를 가진 대상이 아니라, 유기적인 관계를 통한 상호 보완의 구조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규제는 문화 산업의 진입과 성장을 어렵게 만들 수 있으며, 문화 산업을 구성하는 대상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투자하는 데 소극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이는 악영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부 윤양수 콘텐츠정책국장은 정리발언에서 “각 업계에서 우려하는 부분들은 내부적으로 좀 의견 수렴을 좀 더하겠다”고 약속하며 “이 법안이 우리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든가, 산업 발전을 가로막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주 열린 <콘텐츠 산업 발전과 공정환경 개선에 대한 입법적 제안> 세미나에서도 정지연 한국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콘텐츠는 경험재이므로 미리보기, 무료 이용, 가격할인 등 다양한 프로모션이 소비자들에게 경험을 제공하며, 소비자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콘텐츠의 선택 여부를 판단한다. 이를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최난설헌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콘텐츠 산업은 판촉을 통해 콘텐츠를 알리는 것이 사업의 주요 전략임에도 불구하고 법안이 통과된다면 어떠한 유통업자도 불확실성으로 인해 새로운 콘텐츠의 판매 촉진을 위해 노력하지 않게 돼 결과적으로 새로운 제작업자의 등장 더 나아가 산업 자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당 법안으로 인해 혜택 제공을 위한 비용을 유통업자가 과도하게 부담하게 될 경우, 혜택 제공 자체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로 인해 이용자는 문화상품의 다양한 경험 기회를 잃게 되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문화상품 시장에서 수익 창출 기회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