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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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일 대체공휴일인데 연차 쓰라는 회사…비정규직 절반은 ‘사각지대’

정규직은 86%, 비정규직은 43%만 유급 휴식

“10월2일에 연차휴가를 사용하겠다는 신청서를 냈습니다. 이후 그 날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돼 회사에 연차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물어봤더니 ‘이미 결재돼 바꿔줄 수 없다’며 ‘운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라’고 합니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비정규직 노동자 10명 중 4명은 이른바 ‘빨간날’(명절·공휴일)에도 유급휴가를 받지 못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20일 나왔다. 직장 규모가 작을수록, 고용 형태가 불안정할수록 빨간날에 유급으로 쉬지 못하는 양상을 보였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일부터 같은 달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정규직 노동자의 86%가 빨간날에 유급으로 쉴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의 절반 수준인 42.8%만이 유급으로 쉴 수 있었다고 답했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의 77.4%는 빨간날에 유급으로 쉴 수 있었다고 답한 반면, 5인 미만 사업장은 노동자의 47.3%만이 빨간날에 유급휴가를 받는다고 답했다.

 

임금별로 보면, 500만원 이상을 받는 노동자는 10명 중 9명(90.3%)이 빨간날에 유급으로 쉰다고 답했고, 150만원 미만을 받는 노동자는 10명 중 3명(31%)이 빨간날에 유급으로 쉰다고 답했다.

 

노동조합 가입 여부도 빨간날 유급휴가 사용에 영향을 미쳤다. 조사 결과, 노동조합 비조합원(66.2%)은 조합원(86.9%)보다 유급휴가를 더 적게 사용하고 있었다.

 

직장 내 지위와 근로기간에 따라서도 유급휴가 사용 여부가 갈렸다. 일반사원 2명 중 1명(50%)은 빨간날에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었던 반면, 실무자급 이상의 경우 10명 중 8명 이상이 공휴일에도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 직장 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노동자는 2명 중 1명(50%)이 빨간날에 유급으로 쉴 수 있었다. 5년 이상 근무자는 10명 중 8명(84.2%) 이상이 유급으로 쉴 수 있었다.

 

성별로는 여성(60%)보다 남성(75.4%)의 유급휴가 사용 응답이 높았다.

 

직장갑질119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직장에서의 취약한 지위가 빨간날 휴식할 권리 행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체공휴일은 해마다 확대되는 추세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빨간날에도 쉬지 못하고 일터로 나가고 있다”며 “휴식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확대해 더 많은 노동자가 휴식권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