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현지에서 범죄에 연루돼 체포되는 것처럼 연출한 뒤 수사를 막아주겠다며 한인 사업가에게 13억원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7월4일 캄보디아에서 골프 라운딩을 마치고 주유소에 들른 60대 사업가 A씨와 일행은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들에 이끌려 현지 경찰서로 연행됐다. 전날 밤 A씨 호텔방에 한 여성이 들어왔는데, 이를 문제 삼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한 것이다.
A씨 일행인 박모(63)씨는 “미성년자 성매매로 검찰에 넘겨지면 징역 10년까지 살 수 있다”고 했다. 또 “수사를 무마하려면 미화 100만달러(약 13억원)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함께 체포된 권모(57)씨는 13억원을 송금한 뒤 풀려났다. 5시간 가까이 버티던 A씨도 결국 13억원을 송금했다.
이는 모두 박씨가 꾸민 ‘셋업 범죄’였다. 셋업 범죄는 표적을 정한 뒤 계획적으로 접근해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을 말한다. 박씨는 A씨 성매매 여성부터 경찰관으로 추정되는 이들까지 모두 매수해 범행을 계획했다. 함께 체포된 것으로 위장한 권씨 또한 공범이었다. 박씨 등은 귀국한 뒤 은행 43곳을 돌아다니며 13억원을 전부 인출해 나눠 가졌다. A씨가 의심하자 피해를 함께 부담하겠다며 5억원을 돌려주고 신고를 막으려 시도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국제범죄수사계는 2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총책 박씨와 권씨 등 4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조력자를 섭외한 한인브로커 주모(51)씨에 대해서는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에 요청해 적색수배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