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로 최소 5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북아프리카 리비아 사태의 원흉으로는 ‘기후변화’가 첫손에 꼽힌다.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이후 사실상 무정부 상태로 방치된 리비아에 열대성 폭풍 ‘다니엘’이 몰아치면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피해를 남겼다. 평소보다 섭씨 2∼3도 높아진 기온은 강수량을 급격히 끌어올렸고, 지중해에서 형성된 폭풍은 그대로 리비아와 인근 국가를 덮쳤다. 올여름 한반도를 강타한 물폭탄과 폭염 역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0일 “2030년까지 도내 온실가스 40%를 감축하겠다”는 기후위기 대응 전략을 제시하면서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프로젝트 발표 직전에는 세계 최대 산업가스 생산기업인 린데사의 산지브 람바 최고경영자와 만나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 지사는 이날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경기 환경산업전’ 개막식에서 ‘스위치 더 경기’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 “단순 비전 아닌 기후위기 대응 실천”
스위치 더 경기는 ‘지구의 열기를 끄다, 지속 가능성을 켜다’를 비전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6년까지 22%, 2030년까지 40%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한다. 아울러 기후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보고 저탄소 혁신성장으로 도정을 전환하려는 일종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김 지사가 공개한 프로젝트에는 도정을 8대 분야로 나눠 28개 추진과제를 이어가는 내용이 담겼다. 과제를 구체화하고 내년 4월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수립해 구체적 실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프로젝트에는 2026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공공기관 RE100, 산업단지 기업의 지붕을 활용한 민관협력형 태양광 사업인 산업단지 RE100 등이 포함됐다.
신규 개발사업으로 감소하는 탄소 흡수량만큼 대체 흡수원을 조성하거나 부담금을 납부하는 ‘개발사업 탄소총량제’ 도입 역시 눈길을 끈다. 교통 분야에선 전기차, 똑버스 등 스마트 모빌리티 도입이 언급됐고, 농업 분야에선 친환경 농업으로의 전환과 로컬푸드 직매장 확대 등의 내용이 들어갔다. 공공기관 일회용 컵 사용 금지, 바이오 가스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생산, 폐기물 처리시설 확충 등도 담겼다.
김 지사는 “스위치를 내리는 것은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고 스위치를 올리는 것은 신재생에너지처럼 선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겠다는 뜻”이라며 “경기도가 기후위기 대응에 선도적으로 대처하고 앞장서겠다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지사는 이날 오전 도청 집무실에서 산업용 가스 제조기업인 린데사의 산지브 람바 최고경영자와 만나 신재생에너지 도입 계획을 설명하며 태양광 분야의 협력을 논의했다.
◆ 개발사업 탄소총량제 도입, 산단에 태양광 설치
이날 면담은 지난 4월 김 지사가 미국 코네티컷 댄버리의 린데 본사를 방문했을 당시 산지브 람바 최고경영자에게 경기도 방문을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경기도와 린데사는 반도체 공정용 희귀가스 생산 공장과 산업용 가스·수소차용 수소 제조 및 충전시설을 경기지역에 구축하기 위해 올 1월과 4월 2차례에 걸쳐 6500억원의 투자협약을 맺은 바 있다.
김 지사는 “경기도 내 약 200개 산단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내용의 산업단지 RE100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린데와 상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산지브 람바 최고경영자도 “경기도의 적극적인 RE100 정책으로 린데 측에 기회가 더 많이 생겼다”고 화답했다.
린데사는 이번 면담을 계기로 평택현곡외국인전용산업단지에 입주할 반도체 공정용 희귀가스 생산 공장을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모범 사례로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