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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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군민의 종’ 예산 낭비” 주민 반발

郡, 15억원 들여 2024년까지 건립 추진
“민생 지원이 우선” 반대 서명 잇달아

강원도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화천군이 15억원을 들여 ‘군민의 종’을 만들기로 하면서 주민들이 예산 낭비라며 반발하고 있다.

화천군은 2024년 5월까지 청사 내에 무게 1800관(6.75t)인 군민의 종을 건립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군민의 종 주변에는 40㎡ 규모의 종각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군 의회 추경예산 심의를 통해 사업비 15억원을 확보한 상태다. 군은 주변 다른 지자체와 달리 주민들이 원하는 시간에 편하게 찾을 타종시설이 없고, 기존 ‘세계 평화의 종’은 시내와 거리가 멀어 연말 타종행사에 부적합하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주민들은 예산 낭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승운 군민의 종 설치저지를 위한 비대위원장은 “1년에 한 번 울리는 종을 만들자고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더욱이 화천 평화에 댐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세계 평화의 종이 있다”며 “굳이 예산을 들여 종을 만들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화천군 재정자립도는 7% 수준으로 강원도 18개 시·군 가운데 가장 낮다. 군민과 소외계층을 위한 예산도 모자란 실정”이라며 “화천군민 2만3000여명 중 7.3%인 1700명이 반대 서명을 했고, 지금도 동참하는 군민이 꾸준히 늘고 있다. 사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화천군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김모씨는 “세계 평화의 종 인근에 작은 종이 하나 더 있다”며 “15억원을 어려운 지역 농민을 위해 써 달라. 그러면 리어카로 그 작은 종을 실어 와서 군청 앞에 설치해보겠다”고 하소연했다. 조재규 화천군의원은 “세계 평화의 종을 포함해 이미 2개나 있는 종을 또 만들려고 하는 것은 전시행정이자 예산 낭비의 전형”이라며 “공사를 하다 보면 책정된 15억원 이외에 예산이 더 쓰일 것이고, 유지·관리비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화천군 관계자는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업계획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화천=배상철 기자 b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