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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로 北·주변국 대응”…해군, 이지스·해상드론으로 타격력 높인다 [박수찬의 軍]

남북이 분단된 한반도에서 외국과 교역을 하려면 바다를 통해야 한다. 바닷길을 통해 상품과 자원을 주고받지 못하면, 한국은 고립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북한과의 대치 국면 속에서도 강력한 해군력의 필요성이 강조된 이유다.

 

지난 13일 인천항 수로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해군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용함(DDG)이 해상사열을 하고 있다. 인천=뉴스1

1990년대부터 대양해군을 목표로 전력 증강을 지속해온 한국 해군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군대에 접목하는 ‘국방혁신 4.0’에 따라 새로운 차원의 구상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미사일 방어 및 타격 외에도 해상드론을 이용한 유·무인 복합체계, 사이버와 우주, 전자전 등에 대한 투자도 늘릴 예정이다. 피해를 무릅쓰고 적 가까이 접근해 싸웠던 기존 전투방식에 혁신적인 변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북핵과 주변국 위협을 모두 억제한다

 

해군본부 전력기획차장 이준호 대령은 지난 7일 국방대학교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와 대전시가 함께 주최한 제3회 세계안보학대회에서 해군의 미래 모습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해군의 임무는 크게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와 국가 외교전략 지원으로 구성된다.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순항미사일, 핵무인수중공격정 등 바다를 통해 한·미를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 투발 수단을 확보하고 있다. 지상에선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에 넣고 있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을 배치, 한국과 주한미군을 노리는 모양새다.

 

해군 정조대왕급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이 울산 현대중공업 부두에 정박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현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한 것에 맞춰 역내 주요 국가들과 협력을 구체화할 수 있는 해양전략과 작전개념을 발전시키고, 무인체계와 우주 등 새로운 분야에서의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상호 공통 관심사를 높일 필요도 있다.

 

이에 따라 해군은 지난해 후반기부터 지난 3월까지 국방부의 국방혁신 4.0 기본계획 수립 일정과 연계, 17개 과제를 식별했다.

 

우선 북한 핵·미사일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주, 사이버, 전자기스펙트럼 영역의 작전능력과 연계된 인공지능(AI) 기반 해양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적용한다. 

 

AI를 활용한 해양 감시 및 타격능력을 보강해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잠수함 동향 감시, 탐지, 추적 작업을 진행해 수중 킬체인 능력을 보완한다. 대량의 탄도미사일을 적재한 합동화력함과 수중침투전력을 이용해 해상 대량응징보복(KMPR)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정조대왕함급 이지스구축함의 탄도미사일 요격능력 확보·검증을 추진해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능력을 높이고, 미 이지스함과의 연합훈련을 강화한다.

 

저궤도 초소형위성을 활용하면서 해경·우방국과의 협력 등을 통해 한반도 및 주변해역에 대한 정보수집·분석·전파가 가능한 해양영역인식(MDA) 체계도 구축한다.

 

해양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구축은 기술 성숙도를 고려해 원격통제→반자율→자율로 이뤄지는 3단계 방식으로 추진된다. 원해에서 연안, 군항에 이르는 해상작전구역에 무인중심 AI 체계가 투입되면, 해상작전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병력이 직접 나서서 위협 요소에 대응했던 항만방호작전은 AI가 위협을 신속하게 식별하는 경계체계와 통합 지휘체계, 항만 감시체계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기존보다 적은 병력으로도 효율적인 작전을 펼치는 방식으로 바뀐다.

 

해양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네이비 씨 고스트’(Navy Sea GHOST)를 적용한 상륙작전 시연에 참가한 국산 무인수상정들이 해안으로 접근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승조원이 탑승한 소해함이 위험을 무릅쓰고 실시했던 기뢰제거작전은 기뢰가 설치된 해역 외곽에 소해함 등이 머물고, 기뢰는 무인기뢰제거장비 등을 통해 수상·수중·공중에서 입체적으로 제거하게 된다.

 

대함 및 대잠수함작전은 수상함이 적 함정과 잠수함에 맞서던 개념에서 벗어난다. 승조원과 함정은 위협해역 밖에서 무인전력을 통제해 적군을 공격한다. 

 

작전요원이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로 위협에 동시다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위협 우선순위 지정, 대응전술·교리 적용, 무장 사용 권고 등을 할 수 있는 AI 전투참모를 탑재한다. 

 

대규모 해병대 병력이 해안에 상륙, 큰 피해가 발생하는 상륙작전은 무인전력이 상륙해안에 먼저 접근해 장애물 제거 및 표적 타격 등을 실시한다. 이후 상륙군이 함정 등의 엄호를 받으며 해안에 투입된다.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원하기 위한 작업도 거론된다. 해군이 우주, 사이버. 무인무기 등의 분야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안정에 기여한다면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 아시아로 원정작전을 펼치는 국가를 대상으로 교류협력을 증진할 수 있다. 

 

싱가포르가 동남아 지역 해양 위협에 대응하고자 정보융합센터(IFC)를 운용하는 것처럼 동북아 IFC를 제주나 부산에 설치해 해상 마약 및 불법무기 밀매 차단, 조난선박 구조, 대테러 및 해상 사이버 관제 등을 실시하는 방안도 해군 내에서 제안되는 모양새다. 

 

◆비용과 인력 등은 풀어야 할 과제

 

해군이 추진중인 혁신안은 미래 전장 환경을 감안하면, 필수적인 것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과 인력 등의 문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보통신 및 전자 기술의 발달은 전투함에서 전자장비 비중을 높인다. 작전 범위가 확대되면서 화력도 커지고 있다. 이는 건조비와 운영유지비 상승을 초래한다.

 

해양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네이비 씨 고스트’(Navy sea Ghost)를 적용한 상륙작전 시연에 해군 함정과 무인수상정이 참가하고 있다. 사진 앞은 마린이노텍의 가디언(정찰용 선박), 사진 뒤는 해군 소해함. 세계일보 자료사진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의 척당 건조비는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이 추진중인 6000t급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은 척당 건조비가 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함을 만드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은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과 사이버, 우주전에 대비할 전력 확보에 필요한 예산 확보를 어렵게 한다. 이는 혁신의 속도를 떨어뜨린다.

 

무인체계를 비롯한 4차산업혁명 기술을 해상작전에 전면적으로 적용하는 작업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해안에서의 위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해안에 고성능 대함미사일을, 내륙에는 대함탄도미사일을 배치해 미 해군의 접근을 저지하고 있다. 북한도 러시아산 kh-35 대함미사일과 유사한 신형 미사일을 개발했으며, 최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해군력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해안에서의 위협이 한층 커지면 대형함정은 연안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뉴욕타임즈(NYT)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의 워게임에서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이지스구축함은 강력한 화력을 갖췄음에도 중국의 위협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함정이 중국 해안에 접근하면 상당수가 피격당해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해상드론 편대를 중국 연안에 접근시켜야 하지만, 대형함 건조에 드는 비용 문제 등으로 미 해군의 대응 속도가 느리다고 NYT는 지적했다. 

 

해군 AW-159 해상작전헬기와 호위함이 대잠수함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지대함미사일 등을 해안에 대거 배치하면 승조원이 탑승한 대형 전투함은 원양에 머물고 무인체계가 연안으로 출동해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KDDX와 정조대왕급 이지스함, 합동화력함 등 대형 전투함 건조 사업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무인체계와 AI, 사이버 능력을 조기에 구축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단기간 내 많이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해군 전력증강 예산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면 문제가 해결되지만, 정부 재정 제약 등으로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인력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AI와 무인체계가 완전한 수준의 자율성을 확보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자율성이 확립되기 전까지는 인간의 개입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인력이 추가 확보되어야 한다. 

 

인구절벽으로 입영 대상 인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해군이 원하는 수준의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급여와 복지 등에서 경쟁 우위를 갖춘 민간 IT 업계와의 인력 확보 경쟁까지 감안하면, 인력 확충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급여나 복지에서 민간 기업과 경쟁하기 어렵다면, 성취감과 경력 축적을 통한 이점을 제공해서 전문인력들이 기업 대신 해군에서 장기복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군 내 4차산업혁명 관련 인력들이 성취감을 느끼면서 경력을 축적할 수 있도록 군의 인사정책을 개선할 필요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지난 6월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3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에서 LIG넥스원이 전시한 수중자율기뢰탐색체. 세계일보 자료사진

유·무인 복합체계를 추진하는 해군 지도부의 정책에 대해 기존 전술과 교리에 익숙한 일선 지휘관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해군본부 차원의 구상이 일선 부대까지 미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교육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이유다.

 

군의 획득체계 개혁도 필수다. KDDX의 경우 해군이 2009년부터 도입을 추진했으나 1번함은 아직 등장하지 않은 상태다. 이같은 속도로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을 진행한다면, 주변국보다 기술적으로 뒤떨어진 체계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

 

무기와 장비 사양을 결정하는데 몇 년, 예산을 확보하는데 몇 년, 제작해서 시험하는데 몆 년씩 걸리는 방식은 기존 전투함의 소요 충족도 쉽지 않은 수준이다. 신기술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전반적인 획득절차를 간소화해 소요기간을 줄이는 등의 개혁이 필요하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