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데 대해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이 대표가 부결시켜 달라고 촉구한 것이 큰 영향을 줬다”고 봤다.
진 교수는 21일 오후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날 국회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과 관련해 “(이 대표) 단식에 대해서 동정 여론도 좀 없지는 않았는데, 이 대표의 부결 촉구가 그걸 일거에 잠재웠다”고 분석했다.
진 교수는 “(부결 요청이) 구질구질하고 너저분해 보이지 않았나”라며 “자기가 ‘당당하게 가겠다’고 국회에서 약속해 놓고, 자기가 뒤집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일 (이 대표가) 정말 ‘당당하게 가겠다’ ‘가결시켜 달라’고 했다면 표결 결과도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이 대표의 구속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에 이 대표 자신과 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가 사태를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구속 가능성이 굉장히 세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위증교사의 경우엔 녹취까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범죄 사실이 어느 정도 소명이 됐다. (백현동 부지의 개발사업과 관련해 이 대표의 선거를 도와줬다는 의혹을 받는 브로커인) 김인섭 같은 사람은 77억원 받았는데 무슨 대가로 받은 건가. 인허가권 청탁 대가로 받은 거지 않나. 그런데 그 인허가권자가 이재명”이라며 “그래서 마지막까지 이 대표도 불안했던 거다. 그래서 그렇게 했던 건데(부결 촉구 글을 올린 건데) 그게 오히려 결과적으로 역효과를 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배임), 위증교사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지난 18일 청구했다. 백현동 개발 비리, 검사 사칭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위증교사, 쌍방울 대북 송금 등 세 건에 대한 영장이다.
앞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던 이 대표는 국회 본회의 표결을 하루 앞둔 전날 “명백히 불법 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 줄 것”이라며 사실상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단식 중 병원으로 옮겨져 3일째 입원치료 중인 이 대표는 전날 오후 페이스북에 1989자 분량의 글을 올리고 “검찰은 지금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 가결하면 당 분열, 부결하면 방탄 프레임에 빠뜨리겠다는 꼼수”라고 썼다. 이어 “제가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당당하게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었다”며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국가권력 남용과 정치검찰의 정치공작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저들의 꼼수에 놀아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검찰이 정치공작을 위해 표결을 강요한다면 회피가 아니라 헌법과 양심에 따라 당당히 표결해야 한다”며 “올가미가 잘못된 것이라면 피할 것이 아니라 부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투표 관련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올해 2월 첫 체포동의안 표결 때도 직접적인 언급은 피해왔다. 이 대표의 메시지는 예정에 없다가 전날 오전 급하게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병문안 때도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해 길게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 이 대표는 전날 구두로 1989자 분량을 읽었고, 이를 최측근이 받아 써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한다.
한편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총 295표 가운데 찬성 149표로 가결됐다. 반대는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였다. 이는 민주당에서 가결 이탈표가 29표 이상 나왔다는 의미로, 당내 친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현직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로써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국회에서 다시 법무부,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을 거쳐 법원에 송부될 예정이다. 법원은 이르면 연휴 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