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우를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고 하는걸까. ‘죽은 자식 XX 만지는 격’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1일 LG-SSG전의 1루심을 봤던 우효동 심판에게 잔여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최초 파울콜이 잘못된 것이라고 솔직히 인정한 우효동 심판이 징계 대상이 된 것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논란을 야기 시킨 부분은 4심 합의, 그리고 그 이후의 주자 대치에 관한 판독으로 한유섬을 아웃시킨 판정인데, 우효동 심판에 대한 징계로 논란을 꼬리자르기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에서 매끄럽지 못한 경기 운영으로 혼란을 초래한 우효동 심판위원에게 올 시즌 잔여 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KBO가 말한 매끄럽지 못한 경기 운영은 21일 LG와 SSG의 맞대결 8회에 나왔다. LG가 2-0으로 앞서가던 8회 SSG는 에레디아의 볼넷과 최정의 2루타, 한유섬의 볼넷으로 1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다.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박성한이 1루 라인선상으로 날아가는 라인 드라이브 타구를 날렸고, 그 타구는 1루심 우효동 심판위원의 배 부분에 맞았다. 이에 우 심판위원은 볼데드를 선언한 뒤 배병두 주심과 2루심, 3루심과 함께 모여 판정을 상의했다. 상의 끝에 나온 판정은 타구가 1루수 김민성의 글러브에 스친 뒤 우 심판위원에게 맞았으니 페어라는 것. 아울러 인플레이 상황으로 판정했다. 여기에 3루 주자 에레디아의 홈인은 인정됐지만, 1루 주자 한유섬은 아웃됐다.
논란의 장면에 대한 KBO의 공식 입장은 “타구가 1루수 글러브를 스치고 지나간 후 심판을 맞으며 인플레이 상황이다. 이미 홈을 밝은 3루 주자 에레디아의 득점은 인정하고 1루 주자 한유섬은 아웃이다. 2사 주자 1,3루 상황에서 경기를 재개한다”라고 결정했다. 여기에는 공이 심판을 맞고 플레이가 중단됐지만, 심판이 바로 페어를 선언했더라도 한유섬이 2루를 가지 못했을 것이란 판단이 들어간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심판들의 예지능력이 들어간 판정이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계속 됐지만, 한유섬이 인플레이 상황에서 2루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아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팬이 찍은 카메라에도, 사진 기자들이 찍은 사진에도 한유섬이 2루를 밟는 장면이 포착됐다. 심판의 몸에 타구를 맞은 상황 직후, 한유섬은 2루로 달려 2루를 밟았다. 인플레이 상황이었다고 가정해도 한유섬은 2루를 밟는, 주자의 책무를 다 한 셈이다.
한유섬의 아웃 판정에 김원형 감독은 비디오 판독에 대한 항의는 곧 퇴장임에도 거칠게 항의했다. 항의가 10분이 넘어갈 정도였다. 심판들이 자신들의 판정에 자신이 있었다면 김원형 감독의 항의가 시작되자마자 퇴장을 줬을 법 한데, 10분 이상 자신들의 판정을 설명했다. 아무래도 자신들도 판정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고 밖에 해석이 안 된다. 10분 이상의 항의 끝에 김원형 감독을 퇴장시켰다.
결국 SSG는 1사 만루의 기회에서 1점만을 내는 데 그쳤고, 경기도 1-2로 패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정용진 SSG랜더스 구단주가 개인 SNS를 통해 불만을 드러내고, 연이은 기사가 쏟아지자 KBO는 우 심판위원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우 심판위원은 최초 콜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논란이 커진 것은 4심합의 이후 예지능력을 담은 판정인데도 불구하고, KBO는 우 심판위원에게만 잔여 경기 출장정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꼬리자르기로도 보이고, 사후약방문이라는 한자어도 생각나는 징계다.
이번 우 심판위원에 대한 징계는 남은 경기에 출장하게 될 심판들에게 ‘설령 문제가 될지언정 최초 판정을 번복하지 말고, 최초 판정을 그대로 밀고 나가라’는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심판도 인간인 이상 실수도 할 수 있고, 이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자세에 팬들은 박수를 보낸다. 그럼에도 KBO는 논란의 시발점이 됐던 우 심판위원에 대한 징계로 이번 논란의 종지부를 찍으려 한 모양새다.